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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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는 공동체

지난 2년간 본당 발전을 위해 여러모로 헌신하며 애써주신 김부남 회장님과 구 사목위원들
께 심심한 감사를 드리며 앞으로 2년간 본당을 위해 봉사하게 될 남궁춘배 신임 회장님과
새로 구성된 사목위원들께도 감사를 드린다.

지난 11월 총회 때 사목회장이 선출되고 나서 꼭 한 달만에 사목위원이 구성되었는데 이는
사목위원을 구성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는 것을 암시하는 말도 된다. 그래서 총회 때 모든
사목위원들을 함께 선출하자는 말도 있었다. 이런 방법은 물론 사목위원을 구성하는데는 쉬
운 방법일 수도 있다. 하지만 쉬운 것이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예수님도 좁은 문으로 들
어가라고 하지 않으셨는가? 쉬운 방법은 사목위원을 쉽게 구성할 수 있겠지만 총회 때 선출
되지 않으면 봉사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일한 태도를 심어 줄 수도 있다.

오히려 총회에서 선출된 회장이 사목위원을 구성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는 사실을 긍정적인
면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신임회장이 사목위원직을 부탁했을 때 사양한 형제자매님들
의 한결같은 답변이 앞에서는 열심히 뛰지 못해도 본당을 위해 뒤에서 몸과 마음으로 열심
히 돕겠다고 약속을 하였기 때문이다. 이 '약속'보다 더 반갑고 고마운 일이 어디 또 있겠는
가? 실제로 우리 본당에 요구되는 것은 앞에서 열심히 뛰는 것 못지 않게 ‘뒤에서’ 열심
히 밀어주는 것이다. 결국 새 회장단은 뒤에서 열심히 돕는 수많은 봉사자들을 얻은 셈이다.

하지만 본당 일을 하다가 보면 전면에서 일하는 사람들만 모든 책임을 떠맡아 동분서주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뒷짐만 지고 있다가 성과에 대해 비판만 가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은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봉사자들은 이런 비판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귀담아
듣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비판의 소리를 내는 그들은 어쨌든 본당을 열심히 돕겠다고 약속
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 비판은 본당 일을 열심히 돕겠다고 약속한 형제자매들의 입에
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비판하는 자들은 봉사자들이 자신들을 대신해서 전면에 나서 희생심을 가지고
봉사한다는 사실과 뒤에서 열심히 돕겠다고 약속한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비판하기 전에
먼저 봉사자들의 희생 정신에 감사하는 마음을 표해야 할 것이며, 뒤에서 열심히 협조하고
있는가 하는 것도 반성해 보아야 한다. 비판이 결코 불평이나 불만의 토로여서는 안 될 것
이다. 진정 사랑하는 자만이 참으로 비판할 수 있다.

2005년도 우리 본당의 사목방침은 “감사하는 공동체”다. 모두가 모두에게 감사하는 마음
을 가질 때, 우리 본당 공동체는 주님의 공동체로, 사랑의 공동체로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앞에 나서 봉사하는 분들과 뒤에서 돕는 분들이 서로 감사의 정을 나누는 사랑의 공동체가
되기를 2005년도에 바래본다.

이번에 구성된 우리 본당의 사목위원은 종전보다 젊다. 이것은 우리 본당이 앞으로 1.5세와
2세 등 젊은이들에게로 대물림되어 가는 준비과정이기도 하다. 1세대는 우리 본당의 기초를
놓았다. 이제 그 초석 위에서 1.5세와 2세들이 바통을 이어받아 본당을 더욱 든든히 이끌어
나가야 할 때가 서서히 오고 있는 것이다.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힘
을 실어주며 격려하고 - 젊은이들이 봉사하겠다고 나선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 아닌가? - ,
젊은 세대는 자기들을 밀어주는 부모 세대에게 감사하며 공동체를 이어받을 의지를 보일
때,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표할 수 있을 때, 우리 본당은 함부르크를 거
쳐가는 모든 한국인의 고향으로 무궁히 이어질 것이다.

"너희가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상을 받겠느냐? 세리들도 그만큼은 하
지 않느냐? 또 너희가 자기 형제들에게만 인사를 한다면 남보다 나을 것이 무엇이냐? 이방
인들도 그만큼은 하지 않느냐?" (마태 5,46-47) 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신다. 이 말씀에 따라
우리는 이렇게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너희가 자기에게 고맙게 대해주는 사람에게만 감사
를 표하고, 서운하게 대하는 사람에게는 서운하게 대한다면 남보다 나을 것이 무엇이냐? 그
것은 신자가 아닌 사람들도 할 수 있다."

'너' 없이 '나'는 감사할 수 없다. '너'라는 존재가 있기에 나는 감사하며 살 수 있다. '너'는
'내'가 감사하며 살도록 주님이 보내주신 나의 선물이며 나의 스승이다. 싫든 좋든, 밉든 곱
든 '너'를 만나게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하며 사는 2005년이 되기를, 그런 우리 함부르크 공
동체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2004년 12월 이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