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시고 나서 하신 일은 무엇일까요?
일곱째 날 ‘쉬는 일’이었습니다. 쉼은 일의 마지막이요 열매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또 다른 창조를 위한 충전입니다.
하느님도 쉼이 없이는 새 창조를 하지 않으신다면
쉼 또한 일의 연속인 것입니다.
철학자 디오게네스가 알렉산더 대왕에게
왜 그렇게 정복만 하고 다니느냐고 물었을 때
다 하고 나서 쉬기 위해 그런다고 말했습니다.
이때 디오게네스는 술통에 누워 쉬면서
‘저는 세계를 정복하지 않고도 이미 쉬고 있는데요?’라고 하였습니다.
결국 일의 목적은 쉼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입니다.
쉬지도 못하고 일하게 되는 이유는
자신이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에서 나옵니다.
만약 꼭 그 자리에 있어야 할 만큼 중요한 사람이 되었다면
어쩌면 인생을 잘못 산 것입니다.
자신이 빠져도 잘 돌아가게 해 놔야 인생을 잘 산 사람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세상에 오시자마자 떠날 준비부터 하셨습니다.
자신이 떠나도 모든 게 잘 돌아가게 만들어야 잘 쉴 수도 있습니다.
나 없이는 아무 것도 안 되는 상황에서 사는 것은 너무 큰 스트레스입니다.
밤과 낮을 준비하여 갈마들게 하신 이유는
일과 쉼의 균형을 맞추라는 뜻에서였을 것입니다.
쉬지 않으면 안 되게 창조되었음에도 우리는 쉴 줄을 모릅니다.
일과 성취가 자신의 가치를 높여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각자는 일이 아니라 일을 안 해도 이미 소중한 존재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쉬어야할까요?
우선 ‘자신이 빠지면 일이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자신이 쉬면 더 잘 돌아간다고 생각해야 쉴 수 있습니다.
그 다음은 ‘쉼이 기도가 되어야’ 합니다.
어떤 사람은 하루 종일 자도 피곤하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휴가를 다녀왔는데 더 피곤하다고도 합니다.
쉬는 기술이 없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우리가 특별히 쉬게 해 주어야 하는 부분은 몸보다도 ‘뇌’입니다.
뇌가 지쳐있으면 아무리 자도, 아무리 여행을 다녀도,
아무리 멍 때리고 있어도 피곤합니다.
뇌는 쉬지 않고 일을 합니다.
일을 할 때는 휴가 갈 생각을 하고, 휴가 가서는 복귀할 일이 걱정입니다.
뇌는 일을 하지 않고 있어도 일을 하고 몸이 쉴 때도 일을 합니다.
그러니 항상 피곤할 수밖에 없습니다.
쉬기 위해서는 먼저 생각을 멈추어야합니다.
생각을 멈추기 위해서는 생각할 수 있는 소재들과 멀리 떨어져야합니다.
그래야 제대로 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