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흔히 첫 번째 만남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때 가졌던 첫 마음을 잃지 않고,
또 잊지도 않고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초심(初心)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초심을 잃지 않아야,
살아가면서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좀 더 생각해 보면,
그 ‘첫 마음’이, 흐트러진 마음을 가다듬게 해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첫 마음’이, 삶의 결정적인 변화를 가져다주지는 못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 ‘첫 마음’이 삶의 변화를 가져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는 못한다는 것입니다.
처음 가졌던 그 마음은 깨끗하고 순수한 마음이기는 하지만
삶의 깊이가 묻어 있거나 성숙한 마음까지는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첫 마음은, 삶의 결정적인 변화를 가져다주기보다는,
‘나에게 그렇게 순수한 마음이 있었다는 것,
내 자신이 그렇게 깨끗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적이 있었다.’는
그런 생각들을 떠올리며, 흐트러진 마음을 새롭게 가다듬을 때
도움이 되는 정도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처음 가졌던 마음은,
그 초심은 변화의 시작을 가져올 수는 있지만,
삶의 결정적인 변화를 가져다주는 역할까지는 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이 그랬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부르심을 받았던 첫 번째 만남을 통해서
예수님의 사랑을 어렴풋이 체험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사랑의 깊이를 깨달은 것은
배반한 자신들을 조건 없이 용서해 주신 예수님의 사랑을 체험한
그 두 번째 만남을 통해서입니다.
그 두 번째 만남을 통해서 예수님의 사랑의 깊이를 깨닫게 되면서부터
그들은 변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두 번째 만남 이후로, 제자들은 진정한 사도로 거듭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생의 마지막 순간에는
죽음까지도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셨던
예수님의 그 사랑의 모습을 따라 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 그리고 자신들의 배반,
기억조차 하기 싫은 그 힘든 시간들을 겪으면서,
제자들은 무척이나 괴로웠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 시간들을 견뎌내야 했습니다.
그 시간들을 거쳐야 예수님과의 두 번째 만남을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우리가 겪어야 할 고통의 시간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피하려고 하거나 잊으려고 해서도 안 됩니다.
그 고통의 시간을 통해서 오는 은총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은총은 우리가 평탄한 삶을 살아갈 때 경험했던 은총과는
또 다른 은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