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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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25 20:41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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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살고 있는 우리는

자의든 타의든 이것저것에 매여 살 수밖에 없습니다.

먹고 살아야 하는 생계문제, 가족들을 돌봐야하는 책임,

사회적인 위치가 주는 의무감, 체면, 노후대책, 때로는 스스로 만든 욕심.

이런 것들에서 우리는 자유로울 수가 없습니다.

내 속에 하늘을 날고 싶은 새 한 마리가 웅크리고 있지만

얽혀있는 관계들 때문에, 져야하는 책임들 때문에, 때로는 부족한 용기 때문에

그 새를 달래서 둥지에 주저 앉혀 놓아야만 합니다.

그러다 어느 새 타성이 생겨서

나에게 날개가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는

날개 대신에 삶의 무게만 더 늘이고

이런 저런 재화와 재물을 내 곁에 쌓아두곤 합니다.

날개를 포기하고 재물과 지위와 체면을 달아놓은 우리의 영혼은

늘 허전하고 불안하기만 합니다.

사실 우리에게 원래 있었던 날개란 영원과 하늘을 향한 그리움입니다.

플라톤 식으로 말하자면,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심어 놓으신 이데아입니다.

그림자에 불과한 현세적인 가치들로 그 이데아를

당장에 가려 놓을 수는 있겠지만

우리가 그 그림자와 사랑을 나눌 수는 없습니다.

그 그림자와 함께 빛을 향해 나아갈 수는 없습니다.

그림자의 반대 방향이 빛의 방향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물론 이런 모든 것들을 지금 당장 모든 것을 버려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날개가 있다는 사실 하나는 잊지 않아야 합니다.

나를 규정하고 나를 꾸며주고 나를 돋보이게 만들어 주며

때로는 내 존재의 일부인 것처럼 느껴지는

내 소유물, 내 지위, 내 체면, 내 자동차, 내 집, 내 돈이라는 것들이

사실은 그림자에 불과하다는 바로 그 사실을 잊어버리지 말자는 것입니다.

이런 것들로부터 벗어날 수는 없지만

거리감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 안에 있는 날개를 잊어버리지 않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두엄 더미 같은 현실 속에서 어지러이 뒹굴며 우리가 그렇게 살고 있지만

우리 안에 하늘을 향해 지긋이 눈감고

빛의 평화와 따사로움을 느끼고 싶어 하는

우리 존재의 내밀한 부분이 있다는 사실

그것을 잊어버리지 말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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