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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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21 20:04

사랑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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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라는 고백은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습니다.

가족이나 연인 사이에도 계속해서 사랑을 고백해야 하고,

애정 표현을 주고받은 만큼 그 사랑은 더욱 커지며,

또 사랑을 많이 받은 사람이 더 많은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누군가로부터 나를 사랑하느냐?”고 질문을 받으면

그 의미가 다릅니다.

한두 차례 사랑을 확인하는 차원에서는 기분 좋은 일이겠지만,

그 이상 반복되면 이 질문은 사랑에 대해 의심하는 것이거나,

정반대로 그 사랑이 의미하는

차원 높은 책임을 다지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랑은 단순한 감정을 넘어서는 행동과

그에 맞갖은 책임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세 번이나 나를 사랑하느냐?”고 물으신 것은

그만큼 당신의 양들을 돌보는 그의 책임이 크고 막중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당연히 베드로는 예수님의 수제자이고,

이후에 교회를 책임지며 천국 문을 여는 열쇠를 맡게 될 사람이므로,

예수님을 향한 더 큰 사랑을 보여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베드로의 사랑은 너무나 미약하기만 합니다.

베드로는 예수님의 이 질문에 세 번이나 사랑한다고 대답하지만

이 세 번의 대답은 오히려 이전에 있었던 세 번의 배반을 떠올리게 합니다.

베드로는 자신의 소명이 자기의 사랑이나 업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선택으로 이루어진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베드로의 이런 보잘것없는 사랑이

오히려 나의 미약한 신앙에 큰 위로가 됩니다.

우리도 때로는 걸려 넘어지거나 의도치 않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안겨줄 수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도 사랑하느냐?”라고 물으십니다.

잘못이나 상처보다 더 큰 사랑의 힘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우쳐주는

예수님의 물음입니다.

사랑하면서도 마음이 아련해지는 때가 있습니다.

그것을 극복할 수 있을 때 사랑은 더욱 단단해지고 흔들리지 않게 됩니다.

아마도 예수님께서는 그것까지도 고려하셨기 때문에

베드로에게 질문하셨던 것이 아닐까요?

사랑의 힘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위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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