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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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4 20:21

4월 잔인한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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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태생의 영국 시인인 엘리엇의 황무지라는 시가 있습니다.

1922년에 발표된 이 시는 매우 어렵고 길어서

끝까지 감상한 사람도 드물겠지만 그 첫 소절만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부활 시기에 사월은 잔인한 달이라며

환멸과 불안과 죽음을 음울하게 노래하는 시를 떠올리니 묘한 기분이 듭니다.

사월이 분명 봄이면서도 화창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종종 변덕스러운 날씨를 보이듯이,

부활 시기에도 여전히 잔인한순간은

우리 삶의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사흘 동안 예수님께서 당신을 밤에 찾아온 니코데모에게

말씀하시는 내용의 요한복음을 들었습니다.

밤은 성찰의 시간입니다.

깨달음과 배움의 시간입니다.

그러나 자신을 숨기는 어둠의 시간이기도 하고 비겁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니코데모는 예수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뒤로는

늘 이러한 밤의 두 얼굴을 고민하며 살아온 사람이었습니다.

부활은 밤으로 숨어드는 것이 아니라 빛 속에서 증언하는 신비입니다.

그것은 때로는 일신의 위험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기쁨에 넘쳐 주님의 부활을 증언하는 이들 가운데

많은 이가 순교한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황무지를 노래한 엘리엇은 캔터베리 대성당에서 살해된

성 토마스 베케트 주교 순교자에 대한 영감 어린 시극

<대성당의 살인>을 썼습니다.

켄터베리의 대주교 토마스 베케트 성인은

국왕이 보낸 무도한 자객을 막으려고 성당 문을 걸어 잠그는 사제들에게

이렇게 외칩니다.

빗장을 벗겨라! 문을 열어라!

나는 기도의 집이요 그리스도의 교회인 이 성소를 요새로 만들지는 않겠다.

교회는 교회의 방식대로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

교회의 문은 열려야 한다, 적들에게까지도.

문을 열어라! 이제 우리에게 남은 일은

오직 고난으로 정복해야 하는 것뿐이다.

이것이 승리의 지름길이다. 이제 십자가의 승리가 임박했다. , 문을 열어라!”

예수님께서는 니코데모에게 바람은 불고 싶은 데로 불기에

그 소리를 들어도 어디에서 와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악을 저지르는 자는 누구나 자기의 일이 드러나지 않게 하고자

빛을 미워하고 그리로 나아가지 않지만

진리를 실천하는 이는 빛으로 나아간다고 가르치셨습니다.

잔인한 달을 보내며 인간의 속셈이 아니라

주님에게서 오는 시원한 자유를 느끼며

주님의 부활을 빛 속에서 당당히 증언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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