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로그인

2021.01.13 21:15

조회 수 13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오후에 잠시 눈발이 날렸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에서는 눈을 보는 일이 참 드물었습니다.

그래서 눈에 대해서는 여전히 환상 같은 것이 남아 있나 봅니다.

전방에서 군 생활을 했던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눈이라면 지긋지긋하다는데도 저는 여전히 눈이 신비롭습니다.

물론 젊었을 때 가졌던 그런 아름다움은 이미 사라지고 말았지만

그래도 가끔씩 눈을 보면 마음이 포근해지곤 합니다.

아무튼 눈이 내리기는 했지만 쌓이지는 못하고 곧 녹아내렸습니다.

여기는 도시이기 때문에 그렇겠지만

다른 곳에서는 그래도 아직 흔적을 남기고 있을 것입니다.

오스트리아에 있을 때는 가끔씩 눈을 보는 일이 있었습니다.

눈 때문에 사고를 당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함부르크는 오스트리아보다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데도

제대로 된 눈을 본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예전에 노르웨이를 갔을 때는 제법 많이 쌓인 눈을 볼 수 있었으니

나름대로는 호강한 셈입니다.

아무튼 비보다는 눈이 훨씬 더 운치가 있습니다.

러브스토리라는 영화 이후에는 연인들에게 특히 의미 있는 눈입니다.

요즘에는 사랑에 관한 영화나 드라마가

그다지 마음에 와 닿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마도 저에게는 사랑의 의미가 다르게 다가오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연인들의 사랑, 애틋하고 아름다운 그 사랑은

무감각해지고 마음이 무뎌져 가는 저에게는 그저 축원해주는 사랑일 뿐이고

사랑이라는 말 대신 헌신이나 봉사라는 개념이 좀 더 친근해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심장의 박동소리가 서서히 느려지는 때라서 그런지도 모를 일입니다.

아무튼 요즘에는 좀처럼 마음을 자극하는 일이 그다지 없습니다.

분명 마음이 무뎌졌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떤 현상을 보고서도 그 즉시 마음이 움직이기보다는

일단 머리로 먼저 생각하는 버릇까지 생겼습니다.

어쩌면 이게 나이가 들어간다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닐는지요?

생각해보니 어느 새 사제로 서품된 지도 20년을 넘겼습니다.

별로 한 것도 없는데 나이만 들어갑니다.

햇병아리 신부에서 중견의 신부가 되었지만

삶의 흔적을 보면 여전히 뚜렷하게 새겨놓은 것이 없다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지금의 삶에 만족하고 감사합니다.

누구나 다 훌륭한 성인이 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저는 그럴만한 그릇이 되지 않는다는 걸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기에

오히려 지금에 더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오늘은 눈이 반가웠습니다.


  1. 회원 가입 때 문제가 생기면

    Date2021.09.13 By박철현 Views20690
    read more
  2. 긴급 공지

    Date2020.05.09 By박철현 Views6111
    read more
  3. 로그인 하셔야만 보실 수 있는 게시판이 있습니다

    Date2018.09.09 By박철현 Views8604
    read more
  4. 겉도 속도 잘 채워진

    Date2021.01.20 By박철현 Views283
    Read More
  5. 안식일의 주인

    Date2021.01.19 By박철현 Views455
    Read More
  6. 공동체

    Date2021.01.18 By박철현 Views700
    Read More
  7. 무엇을 찾느냐?

    Date2021.01.17 By박철현 Views207
    Read More
  8. 마음의 문

    Date2021.01.17 ByTheresia Views582
    Read More
  9. 죄인

    Date2021.01.16 By박철현 Views669
    Read More
  10. 1월 중순

    Date2021.01.15 By박철현 Views871
    Read More
  11. 생각의 변화

    Date2021.01.14 By박철현 Views538
    Read More
  12. Date2021.01.13 By박철현 Views137
    Read More
  13. 더러운 영과 예수님

    Date2021.01.12 By박철현 Views533
    Read More
  14. 인사이동

    Date2021.01.11 By박철현 Views243
    Read More
  15. 인생의 사계절

    Date2021.01.11 ByTheresia Views46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49 50 51 52 53 54 55 56 57 58 ... 299 Next
/ 2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