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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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3 21:50

사랑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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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예수님의 성탄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성탄에 담긴 의미, 특히 성탄이 내게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신비가 마이스터 에크하르트가

우리에게 건네는 짤막한 예화 하나가 생각납니다.

한 금슬 좋은 부부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아내가 큰 사고를 당해 한쪽 눈을 잃고 크게 슬퍼했습니다.

남편이 부인에게 물었습니다.

여보, 이제 그만 슬퍼하라고 해도 왜 계속 그렇게 슬퍼하오?”

아내가 대답했습니다.

여보, 내가 슬퍼하는 것은 눈 하나를 잃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 때문에 당신이 나를 덜 사랑할 것 같기 때문이랍니다.”

그러자 남편이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여보, 나는 아무렇지도 않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당신을 사랑하오.”

잠시 외출을 나간 남편이 집으로 들어왔는데,

그 모습을 본 아내는 기절초풍하는 줄 알았습니다.

남편은 자신의 눈 하나를 뽑아버리고 온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보,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믿게 하기 위해 나도 당신과 같이 되었소.

나도 이제 외눈이라오.”

우리 인간에 대한 극진한 사랑 때문에 스스로를 낮추어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 되신 하느님의 애틋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예화입니다.

성탄이 아무리 수백 수천 번 반복된다 할지라도,

내가 그것을 감지하지 못하고, 나란 존재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 성탄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성탄에 아무리 되풀이 된다 할지라도

내 영혼 안에 예수님께서 탄생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특별히 세례자 요한의 탄생은 구세주의 탄생이 가까이 왔으며

주님 사랑의 길이 열리게 되었다는 것을 미리 알려주는 표지입니다.

세례자 요한은 주님의 길을 준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우리 역시 요한처럼 주님의 길을 준비하는 심부름꾼들입니다.

우리 모두가 하느님으로부터 와서 그분께 속한 사람들입니다.

따라서 서로가 서로에게 사랑의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고유한 개별소명이 주어졌습니다.

주님께서 나에게 주신 은사와 재능을 모두 되돌리며

오시는 주님을 맞이해야겠습니다.

오시는 주님께서는 우리가 의미 있는 성탄을 보내길 바라실 것입니다.

보잘것없는 구유에 힘없는 아기의 모습으로 오시는 주님께서는

우리가 당신 때문에 완전히 뒤바뀐 새로운 가치에 따라

기쁘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실 것입니다.

이런 주님의 바람을 헤아리며,

구유 앞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오늘이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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