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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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유명한 철학 교수가 인생에 대한 강의를 하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그의 강의를 들으려고 몰려들었습니다.

이 철학 교수는 강당을 가득 메운 군중들에게

자신이 아는 모든 지식을 총동원해서 인생에 대해 열심히 강의를 했습니다.

쉬는 시간도 없이 두 시간 가량 계속되었지만

한 사람도 자리를 뜨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만큼 강의는 훌륭했고,

사람들은 그의 말대로 실천하리라 굳게 마음먹었습니다.

며칠 후, 이 철학 교수는 자신의 지난번 강당에서의 열기가

사람들의 마음속에 얼마나 남아 있는 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강의를 들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지난 번 강의 내용을

얼마나 기억하고 있는 지에 대해 설문조사를 벌였습니다.

불과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백 명의 청중 중에서 그의 강의 내용을 조금이나마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겨우 37명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교수는 무척이나 실망했습니다.

그리고 한 달 후에도 똑같은 조사를 했습니다.

한 달 뒤, 백 명 중에 몇 사람이나 교수의 강의 내용을 기억하고 있었을까요?

결과는 단 한 사람만이 그 교수의 강의 내용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을 뿐이었다고 합니다.

사실 이 이야기는 저에게 상당히 공감이 가는 이야기였습니다.

실제로 미사를 하고 나오면 신자분들이 이렇게 이야기할 때가 있습니다.

신부님, 오늘 강론 좋았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은 좋습니다.

그래서 제가 다시 묻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어떤 부분이 좋은데요?”

그러면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강론을 들을 때는 좋았지만, 성당 문밖을 나오면 곧바로 잊어버리는 것,

어쩌면 거의 모든 사람들의 모습은 아닐까요?

그런데 신자분들만 그러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저도 때로는 강론을 하고 나서 그 내용을 잊어버릴 때가 많습니다.

시간을 들이고 공을 들여 준비를 했지만 강론을 하고 난 뒤에는 잊어버리고

나중에 또 반복할 때가 있습니다.

아마도 그 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반복해서 말하는 것이겠지만

곰곰이 되새김하는 건 많이 부족하다는 걸 스스로 느끼곤 합니다.

모든 걸 기록하고 꼼꼼히 적어놓으면 좋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일입니다.

기억이라는 게 그렇습니다.

좋은 말을 들을 때는 참 좋은데 머릿속 저장장치에서는

그것을 저장하기보다는 흘려버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히려 힘들었던 일, 속상했던 일을 더 많이 저장하는 편입니다.

좋은 것이 있으면 그것을 새기고 오래 머물도록 하는 것도

기술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기술을 꾸준히 배우고 익혀야 할 것 같습니다.

 
  • ?
    안나 2020.11.25 18:44
    신부님, 참 공감하는 글입니다!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는 이야기들은 정말이지 금방 잊어버림니다. 몇년이 흘렀지만 제가 신부님께 여쭈어 보았든 대답을 저는 아직도 기억하며 지금 여기 이곳에서 기쁘게 살아 갈려고 노력합니다. 그때 저에게 하신 신부님의 말씀은 제게는 아주 중요했기 때문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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