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대로라면 오늘 오스나브뤼크 지방공동체에 다녀와야 하는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에 연락이 와서

지금 독일의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 자체가 너무 어려움에 처해 있기 때문에

오랜 시간 기차를 타야 하는 신부님의 건강이 걱정된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었습니다.

공동체의 염려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또 오스나브뤼크 공동체의 경우에는 성당이 아닌 강당에서

미사를 봉헌하는 것이어서

아무래도 이번에는 힘들 것 같다고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금방 수긍을 해주시더군요.

지방공동체를 다니는 일이 솔직히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하루 종일 마스크를 써야 하고,

아무래도 기차를 타는 것뿐만 아니라 브레멘에서 40분 정도 더 기다린 끝에

다시 기차를 타기 때문에

바이러스에 취약한 환경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오스나브뤼크는 가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토요일 하루가 고스란히 휴일이 된 셈입니다.

사실 빠른 기차를 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제법 멀다고 느껴지는 오스나브뤼크로 가는 건

하루를 온전히 소비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도 신자분들이 있고, 공동체가 있고, 그분들을 만나는 기쁨이 있기 때문에

늘 기쁜 마음으로 가게 되지만 이번만큼은 포기한 것입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걱정할 만큼

독일의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좀 더 악화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함부르크만 해도 600명대를 넘어서더니

요즘에는 500명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국에는 전체를 합쳐서 200명이 넘는다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격상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거기에 비하면 여기는 정말 심각한 편입니다.

그런데도 마스크 착용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데모를 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요.

아무튼 11월 말까지로 예정된 부분적 통제가

12월에도 이어질 것 같아 걱정스럽습니다.

그래도 덕분에 저는 하루라는 시간이

조금은 편한 하루가 되었으니 다행입니다.

물론 하루라는 시간을 놓고 보면 어제나 오늘이나 별반 다를 게 없고

그렇게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몸이 편한 하루가 되었다는 점에서는 만족합니다.

큰 움직임은 없었지만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괜시리 왔다 갔다 하는 시간이

조금 많았습니다.

아무리 방안에 있다 하더라도 내내 앉아 있는 것보다

서서 움직이는 시간도 있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주로 집안에서 지낼 것입니다.

그래도 조금씩 움직이는 시간이 있어야만

좀 더 지혜롭게 이 어려운 시기를 잘 지낼 수 있겠지요.

모두 그런 지혜를 터득하면서 지내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