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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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08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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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그쳤다 하는 날이었습니다.

이맘때에 내리는 비는 뭔가 정겹다는 느낌보다는

쓸쓸하다는 느낌을 더 많이 줍니다.

아마도 겨울로 가는 길목에서 내리는 비여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비 내리는 모습만 해도 한국어로는 굉장히 많은 표현이 있습니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도 있고, 새록새록 내리는 비도 있고,

초롱초롱 내리는 비도 있고, 주룩주룩 내리는 비도 있습니다.

청량하게 내리는 비도 있고, 시원하게 내리는 비도 있고,

포근하게 내리는 비도 있고, 을씨년스럽게 내리는 비도 있습니다.

비 하나만 해도 이렇게 다른 느낌입니다.

그런데 요즘에 내리는 비는 대부분 을씨년스럽습니다.

비를 맞으면 맑고 청량한 느낌보다는

오히려 촉촉하게 젖어들어 마음까지도 우수에 젖게 만드는

그런 비인 것 같습니다.

예전에도 말씀을 드렸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비 맞는 걸 좋아합니다.

무언가에 젖는다는 느낌이

왠지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듯한 느낌을 받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요즘의 비는 그다지 맞고 싶지 않습니다.

젖으면 괜히 우울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생각이 깊어지게 만들고

그것이 우울한 감정으로 이끄는 그런 비가 아닐까 싶습니다.

게다가 요즘에는 어둠이 빨리 깃들기 때문에 더 그런 것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어떤 비는 살아가는데 도움을 주기도 하는데

어떤 비는 그다지 큰 도움이 안 될 때도 있습니다.

비가 내리는 건 분명 일반적인 일일 텐데

그 비를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이

그야말로 다양하게 변화하는 것이라서 그렇겠지요.

아무튼 비 하나에도 사람의 마음엔 굉장히 많은 감정이 존재하고 있나 봅니다.

어쨌거나 오늘의 비는 그다지 반갑지 않은 비입니다.

어쩌면 제가 가을을 타는 것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비가 내려서 그런지 길거리를 다니는 사람들도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런 날이야말로 파전에 동동주 한 잔이 딱 어울리는 날입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 선조들은 반갑지 않은 비에 대해서도

지혜롭게 대처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비에 온통 마음을 빼앗기기보다는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잘 터득하고 살았습니다.

이런 부분이 결국은 삶의 지혜가 아닐까 싶습니다.

내리는 비를 탓하기보다는 비가 주는 우울을 극복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는 것,

바로 그런 것을 잘 배워야만

삶 역시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드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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