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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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09 20:02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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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은 많은 경우에 있어서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생각하고

그렇게 행동한 다음 거기에 대한 변명을 하게 된다는 것을 표현한 말입니다.

사실 듣는 사람은 그게 변명이라는 걸 뻔히 아는데도

변명을 하는 사람은 듣는 사람이 마치 알아채지 못하는 것처럼 말합니다.

그런 모습을 종종 볼 때가 있습니다.

제가 언젠가도 말씀드렸던 것 같은데 오스트리아에서 보좌신부로 살고 있을 때,

장례미사 후 유가족들과 식사를 할 때

누군가가 제 곁으로 와서 “저도 예전에는 복사 열심히 했습니다.”라고 말할 때

솔직히 저는 조금 지겨웠습니다.

물론 저에게 친근감을 표현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고,

어색한 분위기를 바꿔보기 위한 노력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많은 경우에

지금 성당에 다니지 않은 것에 대한 변명처럼 느껴졌습니다.

지금은 성당에 다니지도 않으면서

예전에 복사 활동을 열심히 한 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그때의 복사 활동은 자신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부모님이나 친척들이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기 때문에

그분들의 뜻에 따랐다는 의미밖에는 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전에 무엇을 했다는 건

지금의 모습에 대한 변명처럼 느껴집니다.

“왕년에 내가 말이야.” 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전에 그런 게 지금의 모습과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예전에 그렇게 잘 나갔던 사람이었으니 지금도 존중을 해달라는 말일까요?

아무튼 그런 말을 늘어놓는 사람들을 저는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편입니다.

지금 현재를 어떻게 살고, 지금 현재에 얼마나 충실하냐 하는 부분이

저에게는 훨씬 더 중요하고 신뢰감을 줍니다.

물론 저도 가끔은 예전이 더 좋았다고 말할 때가 있습니다.

그때는 지금보다 더 힘들었어도

그만큼의 보람을 더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지금 현재의 삶에 만족하고

거기에서 행복과 보람을 느끼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지금도 많은 분들이 “많이 힘들지요?” 하고 안부를 물어주십니다.

저의 경우에는 아이러니하게도 힘이 들기보다는

오히려 마음이 한결 편하고 좋습니다.

생활 자체가 그리 달라진 것도 없고

신경을 써야 할 일이 좀 더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까닭에 변명을 해야 될 일도 거의 없습니다.

그런 게 저에게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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