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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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14 20:25

광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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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하면 어떤 느낌이 듭니까?

약간은 답답한 느낌, 삭막한 느낌, 힘겨운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풀 한포기, 물 한줄기 찾아볼 수 없는 황폐한 사막,

거기서 무슨 기쁨이나 즐거움을 찾을 수 있겠습니까?

그렇지만 사실 광야는 모험의 장소요 도전의 장소이기도 합니다.

우리 인생에서 광야가 꼭 나쁜 장소만은 아닙니다.

모험이요 도전의 장소이지만,

좀 더 큰마음으로 바라보면 변화의 장소요 성장의 장소이기도 합니다.

거듭날 수 있는 기회의 장소이기도 하고,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결국 광야는 잘만 활용하면 은총의 장소요 축복의 장소입니다.

광야는 꽤나 부담스런 장소이긴 하지만

우리 자신의 나약함, 밑바닥, 한계, 유한한 본래 모습을

잘 확인할 수 있는 은총의 장소입니다.

광야 체험을 잘만 활용한다면

우리 신앙생활은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광야야말로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너무나도 좋은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요즘에는 바이러스 때문에 더 그렇겠지만 꼭 광야에서 지내는 것 같습니다.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하고,

그 시간의 활용 역시 온전히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그 이전에도 물론 대부분의 시간이 저에게는 그랬지만

요즘에는 더 ‘사회’라는 큰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거기서 묵상하는 시간이 더 많아진 것도 사실입니다.

학생이 물에 빠져서 떠내려가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지만

즉시 물에 뛰어 들어 학생을 구한 사람의 이야기나

수해를 입은 지역을 찾아가서 봉사활동을 펼치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광야 한가운데서 만나는 오아시스 같은 소식입니다.

바이러스로 인해 점점 더 삭막해져 가는 광야가

이런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채워진다면

거기서 예수님의 사랑 역시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광야는 광야이지만 타는 듯한 열기와 목마름만 존재하는 그런 광야가 아니라

사랑을 느끼고 행복을 찾아갈 수 있는 그런 광야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드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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