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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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7 21:13

벨이 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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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벨이 울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 신자분들이 오시는 시간은 대충 정해져 있기 때문에

다른 때에 벨이 울리는 경우는

신부와 면담을 하고 싶다는 내용의 이야기가 대부분입니다.

물론 겉으로 표현하는 말은 그렇지만 결국에는 돈을 요구하는 경우이지요.

그래서 요즘에는 아예 독일어를 모르는 것처럼

한국말만 하다가 모른 체 합니다.

정말 신부님과 면담을 하려면 독일 신부님을 찾아가면 될 것이니

저에게 온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이고,

결국에는 얼마라도 달라는 이야기를 할 것이 뻔한 상황에서

그 상황을 모면하고 싶은 게 저의 솔직한 심정입니다.

그런 방문이 자주 있는 건 아니지만

요즘에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그런 것인지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그런 경우가 꼭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길거리에서 구걸을 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잠시라도 갈등의 상황에 놓이기도 합니다.

동전이라도 하나 드릴까, 동전은 크게 도움이 안 될 텐데,

그런데 정말 배가 고파서 그런 게 아니라 술이나 사서 드시면 어떻게 하지,

그렇다면 오히려 드리지 않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그런 고민을 하면서도 대부분은 그냥 지나치기 일쑤입니다.

제가 아는 어떤 신부님은

그런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시기도 하는데

저는 그 정도로까지는 선한 마음을 지닌 건 아닌 모양입니다.

어찌 생각하면 자선을 거부하지 않는 건 저의 일이고,

그걸로 무엇을 하는 가는 그 사람의 일이기 때문에

이런저런 생각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기만 해도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자선을 바라는 사람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기보다는

제가 생각하는 곳에 돈을 사용하는 걸 더 좋아하나 봅니다.

오늘 오후에도 벨이 울렸습니다.

분명히 자선을 청하기 위해 벨을 눌렀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어

그냥 받지 말까 하다가 수화기를 들었습니다.

역시 들려오는 소리는 독일어였습니다.

저는 그냥 그대로 끊고 말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한국에서는 대부분 초인종 곁에는 카메라도 있어서

지금 초인종을 누른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는데

여기서는 그런 경우를 본 기억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초상권 보호 때문에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만남성당의 경우에는

카메라가 달려 있으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습니다.

자선이라는 게 언제 어디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 역시

인생의 지혜가 필요한 부분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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