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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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1 19:42

어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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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데레사의 시성 조사를 맡으셨던 분이 이런 이야기를 하셨다고 합니다.

“그분은 거의 전 생애가 어둔 밤이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30년간은 영적으로 특별한 것을 체험한 것이 없었고

매우 메마른 기도생활을 했습니다.”

‘어둔 밤’이란 내면에 있던 하느님의 빛을 잃어버리는 때입니다.

즉, 이전에는 기도할 때 많은 것을 깨달아 기쁘기도 하고,

그분께서 함께 계심을 느끼며 기도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지만

어둔 밤이 찾아오면, 기도의 맛도 도저히 느낄 수 없게 되고

마치 사막을 걷는 것처럼 됩니다.

예수님께서도 분명히 어둔 밤을 거치셨습니다.

“아버지, 아버지,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나이까?”

예수님께서도 한 인간으로서 하느님을 잃어버린 고통을 겪으시는 것입니다.

이는 인간이 죄를 지을 때 하느님을 외면하기 위해 스스로 눈을 감아버려

그분을 보지 않으려고 했던 것에 대한 보속이었습니다.

인간이 먼저 죄 때문에 하느님을 외면하였기에

하느님께서도 인간을 외면하시는 것인데, 이것이 바로 지옥의 고통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심연에서부터 어두운 고통을 우리를 대신 당하신 것입니다.

그러나 이 ‘어둔 밤’이 한편으로는 ‘믿음을 증거 하는 시험대’가 되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아버지께서 당신을 버리셨다는 고통에

어찌할 바를 모르시지만 아버지께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습니다.

“아버지, 제 영혼을 당신의 손에 맡깁니다.”

어쩌면 힘든 시기를 이겨내는 방법은 스스로 무언가를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분 손에 맡기는 것이 아닐까요.

마치 어둠 속에 있다가 빛으로 나왔을 때

컴컴해져 잘 보이지 않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차차 잘 보이기 시작하는 것처럼,

태양도 아침이 되어야 뜨고 꽃도 봄이 되어야 핍니다.

서두른다고 씨앗이 바로 싹이 나서 나무가 되고

열매가 맺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내가 할 수 없다면 그저 힘들게 발버둥치는 것보다

하느님의 뜻에 의지하는 것이 그 시간을 덜 힘들게 넘기는 방법입니다.

바이러스는 분명 재앙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어두운 시간은 내면을

보다 충실히 다질 수 있는 계기도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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