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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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팔일 축제 수요일 복음은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부활 복음 중에서는 제일 긴 복음에 속합니다.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은 비탄 속에 있습니다.

희망을 걸었던 예수님의 죽음 앞에서 모든 것은 의미를 잃어버립니다.

낙담을 해도 이만저만한 낙담이 아닙니다.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사람들입니다.

그나마 한낱 실오라기 같은 희망의 끈이 끊어져 버린 전형적인 사람들입니다.

걸음조차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청운의 꿈을 안고 과거를 보러 갔던 사람이

낙방한 후 걷는 걸음과 비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희망도 사라졌고, 꿈도 날아가 버렸습니다.

그러니 부활하신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바로 그 길을 예수님께서는 함께 걸으십니다.

걸어가면서 대화를 시도하십니다.

그 사람들의 가슴에 품었던 희망이 새롭게 해석될 수 있음을 보여주십니다.

처음에는 몰랐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함께 길을 걷고 그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 한 구석으로 밀쳐두었던 희망이

조금씩 마음 한 가운데로 밀치고 올라오고 있음을 느꼈을 것입니다.

여전히 정체는 알 수 없지만 어느 정도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에

그들은 예수님을 초대합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

예수님의 말씀이 성체성사의 모습으로 되살아난 순간

그들은 지금까지 함께 했던 분이 누구신지 불현 듯 깨닫게 됩니다.

물론 예수님의 모습은 더 이상 찾을 수 없게 되었지만

그들은 길에서 어느 때도 느끼지 못했던 감동의 불길이

자신들을 사로 잡아버렸음을 되새기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은 왔던 길을 되돌아갑니다.

절망으로 터벅터벅 걸었던 그 길이

이제는 발걸음을 재촉하는 기쁨의 길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납니다.

이 이야기는 역설적으로 어쩌면 절망과 고통 속에 있을 때

예수님을 더 가까이 체험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행여 이야기해주고 있는 건 아닐는지요.

모든 것이 갑갑하고 절망적인 상황일 때 이 이야기는 힘을 줍니다.

그리고 절망을 딛고 다시 길을 걸을 수 있게 해줍니다.

그것이 오늘 복음이 우리에게 주는 작은 위로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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