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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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08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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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저는 아니겠지요?”

복음을 읽으면서 문득 마음에 남는 구절입니다.

이 대화가 등장하는 때는 저녁입니다.

저녁은 밤만큼 어둡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녁은 분명하게 구분되는 낮과 밤의 경계에서

낮의 밝음이 밤의 어두움을 향해 나아가는 시간입니다.

황혼의 아름다움을 보고 설렐 수도 있겠지만

빛을 붙잡을 수 없는 동시에 다가오는 어둠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에

실존적으로는 불편하고 불안한 시간입니다.

이런 시간적 배경을 설정하면서

마태오 사도는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걸까요?

마태오 복음서에서 제자들은 유다를 제외하고는 예수님과 함께

밤에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조금은 불안하고 불편하긴 하지만 산란하지는 않습니다.

예수님과 달리 그 불안의 실체가 무엇인지 아직 모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녁이라는 시간에 머물러 있으면서

심연의 밤에 한쪽 발만 살짝 걸치고 있다고나 할까요?

제자들은 무엇이 감추어져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배반에 대한 예수님의 예고에 저마다 “저는 아니겠지요?” 하고 묻습니다.

이 물음은 아직 예수님과 함께 밤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제자들의 근심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때 제자들은 준비되어 있지 않았기에

예수님과 같은 공간에 머물러 있으면서도

근심 걱정을 드러내는 것은 아닐까요?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붙잡히시고 숨을 거두신 뒤에라야

밤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는 신랑을 빼앗겨 버린 제자들이 겪어내야만 하는 필연적인 과정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제는 이 밤이 여느 어두운 밤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겪으신 밤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당신의 밤인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밤은 부활을 기약할 수 있는 복된 밤이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의 죽음을 통해 제자들을 당신의 밤으로 초대하십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을 에워쌌던 그 심연 속에 머무르면서

그분이 마주한 시간의 무게와 그 심연 안에서 겪으셨던 산란함이

어떠한 것이었는지를 알게 됩니다.

그렇기에 앞으로 제자들이 겪게 될 밤의 시간과 심연의 고통은

예수님께서 겪으신 밤과 하나가 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산란함 속에서 당신의 길을 걸어가셨고 부활하셨기에

제자들은 더 이상 심연 속에 머물러 있다 해도 산란해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것이 부활의 징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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