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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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07 18:42

완연한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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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갑자기 포근해졌습니다.

이제는 완연한 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여전히 둔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오전부터 창문을 열어 두어도

차가운 공기보다는 봄 내음이 묻어나는 바람이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벌 한 마리가 제 방이 궁금해졌나 봅니다.

창문 쪽으로 오는 것 같더니

방충망이 쳐져 있는 창문이 아닌 위쪽으로 열어둔 창문의 틈을 통해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어떻게든 쫒아내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하지 고민을 하다가

파리채로 살살 밀었습니다.

처음에는 움직이려 하지 않던 녀석이

조금 귀찮았는지 날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들어온 창문 틈 쪽으로 계속 모는데도 그쪽으로는 나가려고 하지 않더니

방충망 사이에 나 있는 다른 틈을 통해 나갔습니다.

그쪽은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벌은 용케 그 틈을 발견했나 봅니다.

잠시 방안을 찾아온 손님 덕분에 허허로운 웃음을 지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 봄인 건 확실한 모양입니다.

겨울에는 보이지 않던 벌도 이렇게 날아다니는 걸 보니

곧 나무들도 푸른색으로 물들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포근한 날이 되니 산책을 나온 사람들의 숫자도 많아진 듯합니다.

지금까지는 거리를 걷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는데

오늘 오후에는 그래도 사람들이 볕을 쬐느라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어떤 그룹은 주교좌성당 광장에 모여서 무언가를 하고 있었는데

제가 문득 창문으로 내려다보고 있다는 걸 알았는지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아무래도 서로가 서로에게 보내는

무언의 격려 같은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하긴 이탈리아에서는 베란다를 통해

서로 노래를 불러주는 일도 있었다고 하던데

어려운 때일수록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는 그런 사람들도 많은 모양입니다.

제 방 바로 맞은편 나무에는 까치가 집을 짓고 있었습니다.

그 둥지의 움직임도 바빠진 걸 보니

확실히 모든 게 새롭게 깨어나는 시기가 맞는 건 분명합니다.

이렇게 봄이 온 듯합니다.

이번 주는 20도를 넘는 날도 있는 걸 보면

갑작스런 이런 기온 변화가 낯설기는 하지만

이런 포근함이 바이러스도 몰아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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