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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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31 19:23

3월의 마지막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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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2020년 3월과 같은 달은 생애에 다시 만나고 싶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또 지금도 죽고 있으며,

거리는 썰렁함만이 감돌고 있습니다.

물론 가끔씩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예전과는 너무나도 달라진 거리의 풍경, 그리고 사람들의 모습 때문에

3월 한 달은 봄이 오는 길목이 아니라

두려움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휘장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제 한 달 정도 지났을 뿐인데

이런 터널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니 그게 더 안타까운 일입니다.

한국의 상황을 보고서 안타까움을 느꼈던 때가

정말 아득한 날의 기억 같습니다.

유럽의 상황이 점점 더 심각해지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한국의 상황은 그나마 나은 편이라는 게 위안이 되고 있습니다.

물론 저에게는 큰 영향은 없습니다.

평소에도 외출을 자주 하지 않는 편이기 때문에

지금의 상황이 저에게는 큰 불편함을 자아내지는 않습니다.

다만 신자분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가끔씩 궁금할 때는 있습니다.

적어도 4월 한 달 역시 그런 상황이 될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여름까지도 계속 될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정말 그런 상황까지는 상상하고 싶지 않습니다.

모두들 열심히 기도하고 있을 것이니

이제는 그 정점을 지나고 있을 것이라 희망하고 있을 뿐입니다.

3월 마지막 날의 복음은

예수님의 말씀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내가 가는 곳에 너희는 올 수 없다.’ 하니, 자살하겠다는 말인가?”

애초에 출발선이 달랐던 예수님과 사람들은

이해의 선에 있어서도 나란히 평행선을 긋고 있습니다.

사실 요한복음에서의 예수님의 논쟁 장면은

우리에게도 쉬운 장면은 아닙니다.

예수님의 말씀 자체가 조금은 형이상학적인 차원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에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니 자살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주장도

어느 정도는 이해할 만합니다.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예수님을 따라 갈 수 없는 마지막 종착지는

죽음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말씀은

근본적으로 땅의 사람과 하늘의 사람에 관한 것입니다.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은 더 넓고 높은 것을 볼 수 있는 반면,

땅을 바라보는 사람은 당장 눈앞에 들어오는

몇 평의 땅을 응시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예수님과 사람들은 평행선을 긋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먼저 숙이고 들어오신 이상 그 선은 만날 수 있습니다.

좀 더 빨리 만나기 위해서는

나 역시도 숙이고 직선인 그 선을 굽혀야만 합니다.

그래야 예수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이해의 확장이 필요한 시기가 바로 사순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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