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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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23 20:04

2m의 거리 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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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요일 개념이 없어졌습니다.

그저 반복되는 일상입니다.

그래도 아주 가끔씩 안부전화를 해주시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고마움을 느낍니다.

그런대로 지내기에는 불편한 게 없습니다.

다만 신자분들은 어떻게들 지내고 계신지 궁금할 때도 있습니다.

그나마 집안에는 한 사람이 더 있으니 좀 낫습니다.

물론 혼자서 지내는 일이 전혀 불편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요즘에는 한 사람이 더 있는 게 조금 더 나은 것 같습니다.

혼자서 지내시는 분들이 무엇보다 걱정입니다.

어찌 생각하면 이런 시간 자체가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는 은총의 시간이 되기도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은총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게 마음 아픕니다.

많은 것들이 멈춰 버렸습니다.

물론 이런 때에도 직장에 가야 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학교뿐만 아니라 상점들도 대부분 문을 닫았으므로

거리는 텅 비고 사람들의 인적도 드뭅니다.

쓰레기를 버리고 난 후에 안으로 들어와 엘리베이트를 탔는데

뒤따라 한 분이 오셨습니다.

그래서 엘리베이트를 타시라고 문을 열어 드렸더니

2m의 거리를 두어야 하는데

엘리베이트를 타면 그럴 수 없다면서 사양하였습니다.

2m의 거리 두기, 어쩔 수 없는 조치이지만

거리를 둔다는 건 사람들과의 정도 그 만큼 멀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정’이란 단어는 조금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오스트리아에서 대학을 다닐 때,

수업시간에 한국이란 나라에 대해서 소개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의 ‘정’에 관해서 이야기할 때는 굉장히 난감했습니다.

그냥 감정이라고 하기엔 더 깊은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만의 특별한 감정인데

그 감정 때문에 많은 이들이 서로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한다고

설명을 보충했더니

거기 있던 사람들이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습니다.

그럴 정도로 ‘정’은 한국 사람들에게 특별한 단어입니다.

그런데 거리를 둔다는 건 그런 ‘정’의 감정에서 벗어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그렇게 되면 어떤 대화를 듣더라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기도 하고,

감정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함께 나누고 연대할 수 있는

감정의 물결도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아무튼 정이 너무 깊어도 문제이지만 너무 정이 없어도 문제이긴 합니다.

지금은 어쩔 수 없이 거리 두기를 하는 거니

그런 ‘정’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어찌 되었건 감정의 거리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정’에는 영향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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