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영부영 살다보니 대림 제4주일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성탄이 다가올수록 마음은 조급해집니다.
뭔가를 좀 더 했어야 하는데
그냥 시간만 보내고 있었다는 자책감이 들기도 하고,
너무 자신 위주로만 산 건 아닌가 싶어서 반성이 되기도 합니다.
보통 대림 제4주일이 되고 나서는
그 주간에 성탄이 있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인간적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오늘 평소보다는 많은 분들이 고해성사를 했습니다.
미리 예상하기는 했지만 정말 고마운 일입니다.
한국에서는 대림과 사순 시기에
판공이라고 해서 고해성사를 하도록 권고했었지만
지금은 일 년에 한 번을 하게 되어도 괜찮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고해성사를 너무 부담스러워 하는 분들도 있고,
고해성사를 했느냐 안 했느냐를 너무 따지는 경향이 있어서
신자분들의 좀 더 편안한 성사생활을 위해서
권고의 강도를 조금 낮추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고해성사는
일 년에 한 번만 받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건 곤란합니다.
모두 아시겠지만 고해성사는 마음의 부담감을 덜어내고,
좀 더 깨끗한 영혼으로 예수님을 모시기 위한 방법 중에서 으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해성사는 자주 할 수 있으면 더 좋겠지요.
아실지 모르겠지만
유럽에서는 고해성사를 하시는 분들이 정말 손꼽을 정도입니다.
저는 오스트리아에 있을 때,
윗성당이 성지순례 성당이었기 때문에
아주 간혹 고해성사를 원하시는 분들을 만나곤 했습니다.
단 한 번, 한꺼번에 20명 이상 고해성사를 준 일이 있는데
그때의 감동은 지금까지도 제 마음속에 남아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고해성사 하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입니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잘못을 고백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일인데다
고해성사 때마다 똑같은 잘못을 반복해서 말해야 하는 일이 죄송해서
더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달리 생각해 보면 그렇기 때문에 고해성사가 필요합니다.
똑같은 잘못을 반복한다는 것은
자신의 힘으로는 그 부분을 변화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 마디로 하느님의 크신 은총이 있어야만 변화할 수 있는 것이지요.
물론 고해성사의 단계를 보면
통회하고 다시는 같은 잘못을 하지 않겠다는 결심도 포함됩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결심을 한다고 해도
어떤 잘못들은 반복해서 행해지게 마련입니다.
그것은 대부분 큰 잘못이 아니라 사소한 잘못입니다.
그 잘못이 반복된다는 것은
결국 지금 당장은 계속해서 짊어지고 가야 하는 수밖에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잘못이라도 한 번이고 두 번이고 반복해서 고백하다 보면
언젠가는 변화의 가능성도 생기게 됩니다.
그 잘못에 대해서
스스로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같은 잘못이라도 고백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잘못은 분명 이전과는 다른 상황에서 벌어지곤 합니다.
아무튼 꾸준히 고해성사를 하러 오시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합니다.
고해성사를 하신 분들은
이번 성탄에 특별히 더 큰 은총을 누리시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