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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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4 22:31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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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니 세상이 무척 조용했습니다.

8시 45분 정도 되었으니 이른 시간이라고는 할 수 없는데

그래도 거리가 무척이나 조용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8시 30분 미사를 알리는 종을 쳤을 텐데

그 종소리는 전혀 듣지 못했나 봅니다.

이제는 종소리에도 적응이 되고 있습니다.

그라츠에 있을 때, 신학원은 주교좌성당 바로 옆이었습니다.

가끔씩 울리는 종소리가 얼마나 요란한지

한동안은 종소리가 울릴 때마다 귀를 막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크게 들리던 종소리가

어느 순간 뇌리에서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종소리에 길들여진 것이지요.

그때 이후로는 오히려 가끔씩 종소리가 귀에 들려와서

순간적으로 놀라는 경우가 생기곤 했습니다.

아마도 그것처럼 함부르크 대교구의 주교좌성당 종소리에도

길들여지기 시작한 모양입니다.

그래도 주교좌성당의 12시와 저녁 6시 종은 여전히 적응이 안 됩니다.

점심을 준비하거나 막 먹으려는 참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12시 종소리는 특별히 크게 들리는 것 같고,

저녁 6시 종소리는 모임을 한창 하고 있는 중에 들려오는 소리여서 그런지

꽤나 성가시게 들립니다.

어찌 되었건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은 적응해 갑니다.

12시 종소리마저도 크게 들리지 않게 되면

그때 쯤 함부르크를 떠나야 할 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평일에는 오전에 엄마들이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는 소리로

조금 소란스럽습니다.

물론 토요일부터는 그런 소리를 들을 수 없습니다.

일요일 아침에는 보통 성당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의 소리 때문에

잠을 깨는 경우가 많은데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는 점에서 놀랍습니다.

어제는 저희들도 사용하고 있는 강당에서 공연 비슷한 게 있었나 봅니다.

자정까지 음악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소리라는 것이 뭔가 살아있고 생동적인 느낌을 전해줍니다.

어쩌다 가끔씩은 밤늦게 술주정꾼의 소리도 들을 수 있는데

그것조차 짜증나게 하는 소리가 아니라

그저 작은 일탈의 소리로 들립니다.

그렇게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도 하나의 은총입니다.

소리 없는 세상을 저는 알지 못합니다.

저희 교구에서도 듣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수화미사가 있었는데

수화미사를 지도하시던 신부님과 친하게 지낸 탓에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도 있었습니다.

눈에는 보이지만 들을 수 없다는 것도 분명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하더군요.

그런 점에서 생각하면 조금 시끄럽기는 해도

종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건 아직은 귀가 열려 있다는 의미이니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아무튼 오늘 아침에는 세상이 참 고요했습니다.

지나가는 차 소리조차 없었을 정도로 조용한 아침은

뭔가 색다름을 전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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