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로그인

조회 수 55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하루가 하느님께서 주시는 선물이라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만

그냥 온통 낙서만 그리다 마는 날들도 있습니다.

좀 더 충실하고 열정적으로 살아야

고운 마음으로 그 선물을 받을 수 있을 텐데

요즘에는 선물을 받기에 조금 머쓱해집니다.

조금씩 더워지면서 제 마음은 사막화되어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쩌면 하느님의 말씀에 좀 더 귀 기울이기보다

세상이 주는 즐거움에 너무 빠져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기도부터 할 생각은 하지 않고,

아무 생각 없이 컴퓨터를 켜고 곧바로 컴퓨터 화면을 응시한 채

멍 하니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내면이 점점 메말라 가는 것이겠지요.

아무튼 부활에서 승천, 그리고 성령 강림까지 가는 길이

저에게는 세상의 유혹이 넘쳐나는 날이 되어버렸습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절제의 덕을 쌓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자꾸만 컴퓨터 화면에만 고정할 것이 아니라

시선을 다른 곳으로도 돌릴 수 있는 변화도 주고,

하느님 말씀을 좀 더 묵상할 수 있는 시간을 배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

신앙이라는 것이 늘 한결 같으면 좋을 텐데

그렇지 않다는 건 인간적인 나약함 때문입니다.

때로는 모든 것 위에 신앙을 올려놓아야 할 저의 경우에도

신앙은 뒷전이 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하느님 말씀보다는 내 말을 더 우선순위에 두기도 합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이 도망을 갈 때가 있었듯이

어쩌면 저도 길에서 살짝 벗어나고 싶은 마음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되돌아갈 길이 있다는 점은 다행입니다.

컴퓨터 화면 앞에서 하루 종일 보내더라도

가끔은 다른 신부님들의 강론도 찾아보고,

거기서 좋은 걸 찾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확실히 월요일은 월요일입니다.

휴일이라는 생각이 강한 건 아니지만

잠시 모든 걸 잊고 싶어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는 걸 보면.

오늘이 지나고 나면 내일부터는 또 해야 할 일이 있으니

마냥 컴퓨터 화면만 바라보고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내면의 소리에도 귀 기울일 수 있겠지요.

바깥에서 한 차례 소나기가 내리는지 빗소리가 들리더니

지금은 들리지 않습니다.

소나기는 줄기차게 내리는 비가 아니라 한 차례 휩쓸고 가는 비입니다.

어쩌면 제 마음에도 한 차례 소나기가 왔다 간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하루라는 선물을 의미 없는 선물로 만들고 말았지만

내일은 값진 보물을 건져내는 선물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회원 가입 때 문제가 생기면 박철현 2021.09.13 20695
공지 긴급 공지 1 박철현 2020.05.09 6118
공지 로그인 하셔야만 보실 수 있는 게시판이 있습니다 5 박철현 2018.09.09 8605
1192 카디자 윌리엄스 박철현 2017.05.31 489
1191 지혜로운 삶 박철현 2017.05.30 492
1190 더운 하루 박철현 2017.05.29 156
1189 받아들이는 예식 후에 박철현 2017.05.28 252
1188 성공이란 무엇인가? 박철현 2017.05.28 626
1187 충실 박철현 2017.05.25 367
1186 용혜원님의 기회를 잘 잡아야 한다 박철현 2017.05.25 473
1185 뿌리 깊은 나무가 바람에 쓰러지지 않습니다 박철현 2017.05.23 139
1184 자전거와 소년 박철현 2017.05.22 749
1183 실망을 기회로 여겨라 박철현 2017.05.21 430
1182 사랑은 계산이 아닙니다 박철현 2017.05.21 270
1181 어느 군인의 첫 휴가 박철현 2017.05.19 608
Board Pagination Prev 1 ... 195 196 197 198 199 200 201 202 203 204 ... 299 Next
/ 2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