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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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9 19:58

나약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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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동체 모임이 없는 금요일 같은 경우에는

미사를 봉헌할 일이 없기 때문에 저에게는 또 다른 휴식일이기도 합니다.

어제도 쉬었지만

오늘도 별 다른 일 없이 앉아 있거나 누워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갑자기 열혈사제라는 드라마 생각이 났습니다.

보통 드라마의 경우에는

그 드라마가 끝나고 나면 한꺼번에 몰아서 보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런데 목록을 보니 아직 끝나지는 않은 것 같았습니다.

아무튼 제1회를 보는데

제목은 열혈사제였지만 처음부터 사제가 아니어도 너무 아닌 캐릭터가

등장하는 까닭에 그냥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확실히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너무 많은 걸 기대하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도 제일 눈꼴 시렸던 것은

수단을 입고 개펄을 뛰어가는 장면이었습니다.

아무리 그냥 웃기려고 만든 드라마이지만

수단이라는 소중한 옷을 한낱 웃음거리로 만들다니.

물론 그것 말고도 많은 부분에서 천주교의 예법과는 차이가 났지만

그걸 다 따지면 드라마가 아니라 다큐멘터리가 될 것이니

그냥 드라마는 드라마로써만 즐기기를 추천합니다.

정의감에 불타는 신부님이 주인공이라는 사실만 기억하면 될 듯합니다.

사실 실제로 신부님들 중에는 꽤나 잘 생긴 신부님들도 많습니다.

드라마에 나오는 만큼은 아닐 수도 있지만 멋있는 신부님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그런 신부님들 중에는

자꾸만 치근덕거리는 신자분들 때문에 고생하는 모습도 간혹 보았습니다.

저는 거기에서 제외되어 정말 다행이지만

신부님 개인으로 볼 때는 멋있고 잘 생겼다는 게

어쩌면 십자가가 될 수도 있겠구나 생각을 한 적도 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제가 신학교로 가겠다는 결심을 굳히고

그 사실을 성당의 친구들에게도 이야기를 했을 때,

거의 모든 친구들의 반응이 "정말 잘 결정했다."는 말이었습니다.

물론 모두들 선의에서 그렇게 이야기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다르게 생각해 보면

'그래, 너는 여자를 사귈 기회조차 없을 것 같으니까

그냥 신부되는 게 낫겠어.'라는 속마음의 표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한때, 괜히 기분이 나빴던 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스스로의 열등감 때문이었을 겁니다.

왜냐하면 그때만 해도 성당 안에 서로 사귀던 친구들이 많았으니까요.

지금 그런 친구들 중에는

실제로 연인이 되어 결혼까지 한 친구는 하나도 없지만

아무튼 그때는 서로 사귀는 친구들이 참 부러워보였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나만

그런 무리에서 동떨어진 외로운 존재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습니다.

참 치기 어린 생각이었지요.

그런 것 같습니다.

신부님들도 때로는 고민하고 힘들어 하며 마음 아파하기도 하는 존재라는 것,

그렇기 때문에 하느님 앞에는 또 한 명의 나약한 존재일 뿐이지요.

사실 지금은 마음의 번뇌도 거의 없고

사제로 사는 일이 행복한 일만 가득할 뿐이지만

저 역시도 예전에는 인간적인 나약함을 가졌던 적이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나약함이란 건

결국 스스로 딛고 일어서지 않으면

계속 거기에 얽매이게 되는 족쇄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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