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성 이스트반 주교좌성당 지하경당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점심을 먹음으로써

부다페스트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일행은 한국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비엔나 공항을 향해 출발을 했습니다.

저와 동기신부님 역시

비엔나 공항에서 함부르크로 오는 비행기표를 예약했기 때문에

공항까지는 동행했습니다.

이번에는 버스 기사님께서 방향을 제대로 잡으셔서

생각보다 일찍 비엔나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요즘에는 헝가리에서 오스트리아로 넘어오는 국경에서

검사하느라고 멈추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도 고속도로에서 보는 집들의 풍경이 조금 차이가 났습니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경 너머로 보이는 집과 자신의 집은 보기에도 뚜렷이 차이가 날 텐데

그럴 때 헝가리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가까이 있다는 건 서로 비교하기에도 좋은 환경이 되는 것 같습니다.

만일 그런 비교 때문에 상대적으로 주눅 들어 산다면

헝가리 사람들은 어떻게든 오스트리아 쪽으로 넘어오려고 노력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그렇지 않고 안주하고 있다는 건

비교하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처지에 감사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경제력의 차이는 분명 존재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게 더 사람의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제가 느끼기에 비교를 너무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엄친아 같은 말도 생겨났습니다.

"엄마 친구 아들은 공부도 잘 하고 운동도 잘 하고 모든 걸 잘 하는데

넌 도대체 뭐니?"라는 말에서 비롯된 엄친아.

참 안타까운 단어입니다.

결국은 부모님조차도 자신의 자녀들을 믿어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말일 수도 있으니까요.

비교가 자신의 열정을 자극하는 자극제가 된다면 좋은 일이겠지만

스스로를 주눅 들게 만들고 스스로를 비하하게 만들며,

자신을 믿지 못하게 만든다면 그건 슬픈 일입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비교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번에도 "신부님은 한국이 좋으세요? 독일이 좋으세요?"라는

질문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냥 인사로 하는 질문일 수도 있겠지만

그 안에는 뭔가 비교한다는 느낌이 있어서

저는 개인적으로 그런 질문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질문을 받았으니 대답을 하지 않을 수 없어서 저는 그렇게 대답합니다.

"저는 어디에 살든 제가 살고 있는 곳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좋은 곳이라고 생각하며 살기 때문에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없습니다."라고.

솔직히 저는 그런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무튼 한국으로 가는 분들과 헤어지고

저와 동기신부님은 함부르크로 오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게이트로 이동했습니다.

이번에는 연착하지 않아 정말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