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성야에 비해서 부활대축일은
주일의 미사와 거의 차이가 없어 아무래도 그 감동이 좀 덜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신자분들은 거리나 시간 때문에 부활대축일 낮미사에 더 많이 오실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부활대축일은 꽃은 부활성야가 아닐까 싶습니다.
주일미사에 비해서 다른 게 있다면 부속가가 있고, 부활달걀이 있다는 것, 정도입니다.
올해는 어버이 합창단에서 헨델의 노래를 부르셨기 때문에
더 없이 값진 부활대축일 미사가 되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여전히 부활성야가 부활대축일 낮미사보다
더 장엄하고, 더 부활스럽다고 생각합니다.
헨델의 노래는 부활시기에 정말 잘 어울리는 노래이지만
부르기는 쉽지 않은 노래입니다.
서로 다르게 들어가는 합창 부분이 있기 때문에 박자에 주의하지 않으면
정말 이상한 노래가 될 수도 있는 노래입니다.
그런데도 어버이 합창단은 굉장히 잘 불러 주었습니다.
그 노래소리를 들으며
주님 수난 성금요일과 어제 부활성야 때 제가 부른 부활찬송이 다시 생각났습니다.
조금만 더 연습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
부활찬송은 어차피 제가 불러야 하는 거지만
성금요일 노래는 굳이 제가 부르지 않았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여운이 아직도 맴돌고 있습니다.
아무튼 부활대축일에는 자주 미사에 오지 않는 분들도 오십니다.
일 년에 두 번, 성탄과 부활 때 오시는 분들.
그렇게 생각하면 신자분들도 굉장히 다양한 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정말 열심히 빠지지 않고 주일미사에 열심히 오시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그래도 아버지 집이라고 일 년에 두 번 정도는 빠지지 않고 오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저에게는 열심히 나오시는 분들이 더 소중하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을 외면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유가 어떻든 그렇게 신앙을 간직하고 살아가시니까요.
나눔의 잔치는 외국에 있는 한인천주교회의 경우에는 다 갖게 되는 행사이지만
우리 함부르크는 음식의 양과 질 측면에서
다른 공동체와 비교할 수 없는 풍성함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어떤 분이 신앙공동체는 기본적으로 밥상공동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최후의 만찬에서 성체성사를 주셨으니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함께 음식을 먹고 나누는 것에서 피해갈 수 없다는 의미에서
밥상공동체라고 한 것이지요.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물론 우리의 나눔이 시간적으로 제약을 받아 조금 서둘러 마칠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함께 나누고 마시면서 서로의 정이 새록새록 더 깊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음식을 준비한다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나눔의 잔치를 포기할 수 없는 건
우리 신앙공동체가 밥상공동체이기 때문입니다.
협조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