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로그인

2019.04.09 21:13

마비된 나비

조회 수 37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두 번째 손가락과 세 번째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아

네 번째 손가락으로

차가운 돌 기운 같은 게 퍼져가고 있어.

 

손가락 두 개를 잃고

그는 자기만의 연주법을 고안해냈다.

 

재앙인지 축복인지 알 수 없지만

그의 연주가 마비된 이전과

달라졌다는 것은 분명하다.

 

네 번째 손가락마저 굳어지면

그의 음악은

어둠에 한층 가까워질 것이다.

 

그는 사라지려는 것처럼 연주하고,

사라지면서 연주하고,

사라진 후에도

연주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가슴을 관통한 편린과

포르말린 냄새에 갇혀 있던 나비들,

그의 손끝에서 풀려난 음들이

절뚝절뚝 허공에

파동을 그리며 날아올랐다.

 

마비와 나비 사이에 서서

침묵과 음악 사이에서 연주할 때마다

손은 어둠의 저울추처럼

미세하게 흔들렸다.

 

 

 

- 나희덕님,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중에서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회원 가입 때 문제가 생기면 박철현 2021.09.13 20801
공지 긴급 공지 1 박철현 2020.05.09 6214
공지 로그인 하셔야만 보실 수 있는 게시판이 있습니다 5 박철현 2018.09.09 8794
2346 우리가 인내한다면 박철현 2017.07.14 621
2345 올바른 판단을 위해서 박철현 2017.07.16 974
2344 향기 박철현 2017.07.16 474
2343 감사하는 태도 박철현 2017.07.18 300
2342 남과 비교할 때 박철현 2017.07.18 938
2341 우리가 잃어버리고 사는 것들 박철현 2017.07.19 1043
2340 세상을 구하는 마음 박철현 2017.07.19 1148
2339 가장 좋은 때 박철현 2017.07.20 752
2338 흰 금잔화 박철현 2017.07.21 668
2337 약속 박철현 2017.07.22 648
2336 정답이 없는 삶 박철현 2017.07.23 623
2335 강아지를 그린 까닭 박철현 2017.07.24 621
Board Pagination Prev 1 ... 99 100 101 102 103 104 105 106 107 108 ... 299 Next
/ 299
서버에 요청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나눔고딕 사이트로 가기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