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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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9 21:13

마비된 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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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손가락과 세 번째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아

네 번째 손가락으로

차가운 돌 기운 같은 게 퍼져가고 있어.

 

손가락 두 개를 잃고

그는 자기만의 연주법을 고안해냈다.

 

재앙인지 축복인지 알 수 없지만

그의 연주가 마비된 이전과

달라졌다는 것은 분명하다.

 

네 번째 손가락마저 굳어지면

그의 음악은

어둠에 한층 가까워질 것이다.

 

그는 사라지려는 것처럼 연주하고,

사라지면서 연주하고,

사라진 후에도

연주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가슴을 관통한 편린과

포르말린 냄새에 갇혀 있던 나비들,

그의 손끝에서 풀려난 음들이

절뚝절뚝 허공에

파동을 그리며 날아올랐다.

 

마비와 나비 사이에 서서

침묵과 음악 사이에서 연주할 때마다

손은 어둠의 저울추처럼

미세하게 흔들렸다.

 

 

 

- 나희덕님,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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