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로그인

2019.04.09 21:13

마비된 나비

조회 수 49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두 번째 손가락과 세 번째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아

네 번째 손가락으로

차가운 돌 기운 같은 게 퍼져가고 있어.

 

손가락 두 개를 잃고

그는 자기만의 연주법을 고안해냈다.

 

재앙인지 축복인지 알 수 없지만

그의 연주가 마비된 이전과

달라졌다는 것은 분명하다.

 

네 번째 손가락마저 굳어지면

그의 음악은

어둠에 한층 가까워질 것이다.

 

그는 사라지려는 것처럼 연주하고,

사라지면서 연주하고,

사라진 후에도

연주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가슴을 관통한 편린과

포르말린 냄새에 갇혀 있던 나비들,

그의 손끝에서 풀려난 음들이

절뚝절뚝 허공에

파동을 그리며 날아올랐다.

 

마비와 나비 사이에 서서

침묵과 음악 사이에서 연주할 때마다

손은 어둠의 저울추처럼

미세하게 흔들렸다.

 

 

 

- 나희덕님,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중에서 -

 

 

 

 

 

 

 

 


  1. 회원 가입 때 문제가 생기면

    Date2021.09.13 By박철현 Views22729
    read more
  2. 긴급 공지

    Date2020.05.09 By박철현 Views11619
    read more
  3. 로그인 하셔야만 보실 수 있는 게시판이 있습니다

    Date2018.09.09 By박철현 Views9760
    read more
  4. 마비된 나비

    Date2019.04.09 By박철현 Views493
    Read More
  5. 빈 공간 하나 찾기 힘든

    Date2019.04.09 By박철현 Views2154
    Read More
  6. 일상

    Date2019.04.08 By박철현 Views948
    Read More
  7. 노래 연습

    Date2019.04.08 By박철현 Views1008
    Read More
  8.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Date2019.04.08 By박철현 Views314
    Read More
  9. 한 가지 분명한 건

    Date2019.04.08 By박철현 Views718
    Read More
  10. 에센에서3

    Date2019.04.08 By박철현 Views1052
    Read More
  11. 에센에서2

    Date2019.04.06 By박철현 Views748
    Read More
  12. 에센에서

    Date2019.04.05 By박철현 Views546
    Read More
  13. 준비

    Date2019.04.03 By박철현 Views1291
    Read More
  14. 한 송이 이름 없는 들꽃으로

    Date2019.04.03 By박철현 Views1334
    Read More
  15. 서로가 그리운 날

    Date2019.04.03 By박철현 Views62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00 101 102 103 104 105 106 107 108 109 ... 300 Next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