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로그인

조회 수 3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언제나 식기 전에 밥을 먹었었다.

 

얼룩 묻은 옷을 입은 적도 없었고

전화로 조용히 대화를 나눌 시간이 있었다.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원하는 만큼 잠을 잘 수 있었고

늦도록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날마다 머리를 빗고 화장을 했다.

날마다 집을 치웠었다.

장난감에 걸려 넘어진 적도 없었고

자장가는 오래 전에 잊었었다.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어떤 풀에 독이 있는지 신경 쓰지 않았었다.

 

예방주사에 대해선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

누가 나한테 토하고

내 급소를 때리고 침을 뱉고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이빨로 깨물고 오줌을 싸고

손가락으로 나를 꼬집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엄마가 되기 전에는

마음을 잘 다스릴 수 있었다.

 

내 생각과 몸까지도

울부짖는 아이를 두 팔로 눌러

의사가 진찰을 하거나

주사를 놓게 한 적이 없었다.

눈물 어린 눈을 보면서 함께 운 적이 없었다.

 

단순한 웃음에도 그토록 기뻐한 적이 없었다.

잠든 아이를 보며

새벽까지 깨어 있었던 적이 없었다.

 

아이가 깰까봐

언제까지나 두 팔에 안고 있었던 적이 없었다.

 

아이가 아플 때

대신 아파 줄 수가 없어서

가슴이 찢어진 적이 없었다.

 

그토록 작은 존재가

그토록 많이 내 삶에 영향을 미칠 줄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

내가 누군가를 그토록 사랑하게 될 줄

결코 알지 못했었다.

 

내 자신이 엄마가 되는 것을,

그토록 행복하게 여길 줄

미처 알지 못했었다.

 

내 몸 밖에 또 다른 나의 심장을 갖는 것이

어떤 기분일지 몰랐었다.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것이

얼마나 특별한 감정인지 몰랐었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되는

그 기쁨, 그 가슴 아픔, 그 경이로움,

그 성취감을 결코 알지 못했었다.

 

그토록 많은 감정들을,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 류시화님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회원 가입 때 문제가 생기면 박철현 2021.09.13 175
공지 긴급 공지 1 박철현 2020.05.09 321
공지 로그인 하셔야만 보실 수 있는 게시판이 있습니다 5 박철현 2018.09.09 419
3562 아름다운 한국입니다. 최성욱 2004.04.05 5668
3561 우리는 여기서 자유다. 운영자 2003.07.02 4226
3560 Namen des Papstes Paul 2006.01.22 3647
3559 마음에 와 닫는 문장 및 단어 2 김대현 2008.02.27 3520
3558 WM 2006 입장권 남궁춘배 2006.05.14 3452
3557 알려드립니다. 남궁춘배 2007.11.25 3020
3556 교구장 사목서한 - 배아는 생명입니다. 남궁춘배 2005.07.31 2907
3555 설거지 2 이제민 2005.07.20 2848
3554 신부님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며 1 임 소아 2005.07.19 2652
3553 아무도 답이 없으시네여 1 모니카 2003.12.03 2588
3552 울뜨레야 노래를 배웁니다. 2 김대현 2003.09.15 2466
3551 환영사 남궁춘배 2005.07.24 2465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97 Next
/ 2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