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로그인

2019.03.31 20:01

칩거

조회 수 2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요즘에는

거의 바깥출입을 하지 않고 지냅니다.

 

물론 저에게는 전혀 낯선 일이 아니긴 하지만

바깥의 기온이 어떤지,

행여 바람은 많이 불고 있는지,

이런 일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방 안에서 그렇게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게다가 그리 생산적인 일도 하지 않으면서

하루를 보내다 보면

'이거 조금은 너무한 거 아닐까?' 하는

의문에 빠질 때도 있습니다.

 

한국에 계시는 어느 신부님들은

너무 자주 밖으로 나가셔서

신자분들이 싫어한다고 하던데

저는 정반대의 경우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삶의 습관이라는 것이

쉽게 바뀔 리는 만무하지요.

 

그런데도 요즘에는

바깥에는 아예 관심조차

보이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가끔씩 신자분들이 평일미사에 오시면서

"신부님, 오늘은 추워요."

"신부님, 지금 비가 내려요." 하면

그제야 '아, 그런가 보다.' 하고

고개를 끄덕거릴 때가 대부분입니다.

 

칩거라고 하지요.

이렇게 방에서 지내는 걸.

 

이제 겨울도 거의 다 지나가려고 하는데

여전히 칩거 중입니다.

 

돈 드는 일이 아니어서 좋고,

몸을 움직이지 않아서 좋긴 하지만

건강에는

그다지 추천할 만한 일은 아니겠지요.

 

아무튼 방안에 있으면서

멍 하니 바깥을 내다보는 일도 있었는데

요즘에는 그것마저도 소원해졌습니다.

그러니 정말

'혼자 놀기'의 달인이라도 된 듯합니다.

 

방안 공기는 탁하고

먼지만 잔뜩 쌓여가고 있는데도

청소조차 게을리 하는 탓에

지내는 환경 자체는

그렇게 좋은 환경은 아닙니다.

 

그래도 이 정도는

감수하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오히려 자꾸만 움츠러드는

저의 태도가 문제이지

환경이 문제는 아닌 까닭입니다.

 

그래도 내일은 오슬로로 가야 하니

어쩔 수 없이 바깥으로 나가야겠지요.

 

바깥을 싫어하는 건 아닙니다.

오르막길만 아니라면

길을 걷는 것도 그렇게 싫어하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칩거의 삶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직은 그렇게 걷고 싶다거나

어디를 가야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확실히 저는 몸도 무겁지만

엉덩이도 그에 못지않게 무거운 모양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회원 가입 때 문제가 생기면 박철현 2021.09.13 175
공지 긴급 공지 1 박철현 2020.05.09 321
공지 로그인 하셔야만 보실 수 있는 게시판이 있습니다 5 박철현 2018.09.09 419
3154 건강검진 박철현 2018.04.15 7
3153 건강과 사랑 박철현 2018.03.09 12
3152 건강하게 살아가는 비결 박철현 2017.11.25 5
3151 건강하다는 것 박철현 2019.10.29 35
3150 걸어서 여행을 하다가 꽃나라2 2018.08.21 4
3149 걸음의 차이, 믿음의 차이 박철현 2018.11.22 7
3148 검색 박철현 2019.02.02 26
3147 검은 구슬, 흰 구슬 박철현 2017.07.31 25
3146 검은 호랑이 Theresia 2022.01.29 26
3145 겉도 속도 잘 채워진 박철현 2021.01.20 30
3144 겉으로 보면 박철현 2021.04.13 30
3143 겉이든 내면이든 박철현 2020.06.27 64
Board Pagination Prev 1 ... 30 31 32 33 34 35 36 37 38 39 ... 297 Next
/ 2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