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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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8 22:06

인연의 실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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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모든 일의 중재자가 될 수는 없습니다.

어떤 일은 자연스럽게

흘러 갈 수 있도록 지켜봐 주는 일,

그것만 잘 해도 순리대로 풀리곤 합니다.

 

하지만 어떤 일에 대해서는

누군가가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야만

풀리기도 합니다.

 

누군가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하지요.

"사제는 매듭을 풀어주는 사람"이라고.

 

얽히고설킨 인연들이 참 많습니다.

때로는 오해에서 비롯되어

꼬이고 꼬인 가닥이

전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

그런 인연들의 모습을 볼 때가 있고,

때로는 사소한 서운함에서 비롯되어

온통 헝클어져 버린

그런 인연들의 모습을 볼 때도 있습니다.

 

사실 그런 인연들 중에는

누군가가 가위를 들고 완전히 잘라내어

새롭게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인연인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늘 속앓이를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혹시 저도 그런 인연들이 있었나

생각해 봅니다.

 

솔직히 저는

가능하면 인연 자체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 모습 때문인지 어떤 분이 저에게

"신부님은 다가가려고 하면

자꾸만 뒤로 물러서는 것 같아

때로는 차갑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어쩌면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조금 더 정이 깊은 인연이 되는 걸

스스로 경계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렇다고

사람을 기피하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스스로 어떤 경계선을 그어놓고

사람을 대하는 경우가 분명히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누군가에게 어깨를 내어주는

그런 사람은 결코 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저는 감정적으로 좀 메마른 편입니다.

 

하지만 그런 덕분에

모든 사람들을 별다른 차이 없이

친절하게 대하는 편이기도 합니다.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제가 그 사람에 어떤 마음을 품고 있든지

늘 웃는 낯으로 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그 사람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친절하게 다가선다는 건

어쩌면 위선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건 확실히 위선입니다.

그렇지만 좋아하지 않는 그 마음조차도

오래 간직할 것이 아니니

굳이 그것을 드러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찌 되었건

가끔은 제가 신부라는 것 때문에

저에게 상담을 하거나

속 깊은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런데 저 역시

해답을 알려드릴 수 없는 상황이

되기도 합니다.

 

그저 같이 한숨만 내쉴 뿐,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을 때도 있습니다.

 

특히 사람들과의 관계,

혹은 인연에 관한 이야기이면

더욱 그렇습니다.

, 인연의 실타래는

엉키는 경우가 더 많은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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