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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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5 21:30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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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쉬는 날은

시간이 다른 때보다도

훨씬 더 빨리 흐르는 것 같습니다.

 

다른 날과 별 차이가 없는데도

그런 느낌이 드는 걸 보면

쉬는 날이어서 그런 모양입니다.

 

일어나는 시간도 거의 비슷하고

일상의 삶도 그리 다르지 않는데도

특별히 더 빨리 흐른다고 느끼는 것은

그 만큼 아쉬움도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좀 더 잘 활용할 수도 있는데,

그저 그렇게 또 하루가 흘러가는 구나

생각하는 마음 때문에

흘러 보낸 시간이 절절해지는 것 같습니다.

 

오후까지 방 안에서 지내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Lidl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밖으로 나가는 순간

태풍이라도 부는 것처럼

세찬 바람을 마주했습니다.

 

거기다가 바람의 소리까지

은근히 위협적이었습니다.

'괜히 나왔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그래도 내친 걸음이어서

슈퍼마켓을 다녀오긴 했지만

바람 때문에

걸음까지 조금은 불편할 정도였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

태풍이 불어오면

그런 바람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이런 바람이 불 때는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다 하더라도

우산을 쓰는 일이 무의미합니다.

 

오히려 우산 때문에 걸음이 늦추어지고,

혹시라도 우산이 날아가 버리면

더 곤란한 일까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산에 관해서는

조금은 좋지 않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지나가는 사람이

우산 때문에 애먹는 모습을 보고

괜히 긴장이 되었습니다.

 

봄을 재촉하려고 그러는 건지

아무튼 바람의 세기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방 안에 있을 때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했었는데

실제로 마주하니

생각과 실제의 차이는 크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멀지 않은 길이었기 때문에

다행이었습니다.

 

이런 날, 바깥에서 일해야 하는 분들은

정말 고생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잠시 했었습니다.

방 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저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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