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평일미사 때에
낯선 젊은 학생이 한 명 왔습니다.
함부르크에 온지 19일 째 되는데
평일미사를 찾아온 것입니다.
이런 분들을 보면
참 고맙다는 생각부터 먼저 듭니다.
외국에 나와서 공부를 하는 학생들의 경우에는
한국에 있을 때보다
더 열심히 성당에 나오게 되는
학생들이 있는 반면,
한국에 있을 때는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지만
외국에 와서는 신앙생활만큼은
영 뒷전인 학생들도 있습니다.
아직까지 통계를 내본 적이 없어서
어느 학생들 그룹이
사회적으로 성공하는지 알 수 없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한국에서도 외국에서도
별 차이 없는 신앙생활을 하는
학생들이 더 사랑스럽습니다.
저는 그랬습니다.
고3이 되어서도
성당에서의 삶은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물론 신학교를 가겠다는
결심이 있었으니 그랬겠지만
만일 신학교에 가지 않았다 하더라도
저의 고3 신앙생활은
별 차이가 없었을 것입니다.
나중에는 수녀님까지 저에게
"아니 신학교에 간다더니
성당에 이렇게 열심히 나오는 건 좋은데,
그러다 혹시 시험에 떨어지면 어떻게 해."라는
우려 섞인 말씀을 하실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저는 그 때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내가 하루 종일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성당에 나오는 한두 시간은
충분히 스스로에게 허락할 수 있는 시간이야.
적어도 집중력에는 도움이 될 테니까.'
정말 그렇게 생각했고,
생각해 보면 실제로도
성적이 크게 떨어지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성당에 못 가서
오히려 마음의 짐을 쌓기보다는
차라리 성당 가는 그 시간은
도움이 되는 시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저에게는 실제로도 도움이 되더군요.
어쩌면 그래서 신부가 되는 일이
다른 신학생들에 비해
좀 더 수월했을 수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에
공부 때문에 다른 것을 희생하는 경우도
종종 보았습니다.
어느 것이 그 사람에게
정말로 도움이 되는지는 본인만이 알겠지요.
아무튼 평일미사까지 찾아온 젊은 여학생이
저는 고마웠습니다.
미술공부, 그 중에서도 조소(조각가)공부를
하신다더군요.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이렇게 성당을 찾아왔다는 것
하나 만으로도 반가웠습니다.
확실히 평일미사 때 늘 보던 얼굴도 반갑지만
새로운 얼굴을 보는 일도 반가운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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