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저녁에는

몇몇 분들이 레지오 회합을 합니다.

오스트리아 분도 있고, 필리핀 분도 있습니다.

사실 이 레지오 팀을 위해서도

영적훈화를 하러 가야 하는데

저는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

월요일은 저의 휴식일이라는 핑계를 대지만

실제로는 독일어로 훈화를 하는 일이

쉽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물론 요즘에는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면

좋은 훈화 말씀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굳이 제가 문장을 만들지 않아도

저 역시도 공감할 수 있는 글을 만나게 되면

그것을 읽어주면 되는데도 불구하고

그 레지오에 들어가는 일은 참 쉽지 않습니다.

그 대신

꾸준히 하고 있는 일이 하나 있습니다.

그건 그 레지오 팀이

회합을 마치고 돌아가고 나면

슬며시 나가서 화장실 불을 확인하고

그런 다음 한 번 잠금이 되어 있는

문의 자물쇠를 다시 돌리는 일입니다.

만남성당의 문은

안에서 굳이 열쇠로 잠그지 않아도

바깥에서는 열쇠가 없으면

열 수 없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굳이 잠그지 않아도 됩니다.

물론 한 번이라도 더 잠그면

좀 더 안전하고 확실하겠지요.

하지만 저는

만남성당의 문을 또 잠그고 싶지 않습니다.

안에서는 굳이 열쇠로 돌리지 않더라도

쉽게 열어줄 수 있는 구조를 더 선호합니다.

저는 가능하면

성당문은 활짝 열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럽의 성당을 다녀보면

가끔씩 앞부분 조금만 열려 있고,

더 이상은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구조로

되어 있는 성당을 보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개인적으로 마음이 아픕니다.

누구나 와서 기도할 수 있는

성당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성당,

딱 정해져 있는 시간에만 열려 있는 성당을

저는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만남성당의 문도

누구에게든 열려 있기를 원할 때가 많습니다.

이런 저의 성향과는 달리,

우리 신자분들 중에는 문 닫는 일을

참 열심히 하시는 분들도 있더군요.

평일미사 때 미사가 시작되고 나면

문부터 닫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다른 층의 사무실에

방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렇겠지요.

그런데 저는 그럴 때마다 속으로는

'그냥 열어놓고 해도 되는데.'

라고 얼버무리기도 합니다.

모두 신앙인들인데

성가소리, 기도소리가 나면 좀 어떻습니까.

하느님과 함께 하는 그 소리는

온 땅으로 퍼져가야 합니다.

여하튼 문을 열고 닫는 부분에 대해서는

저는 열려 있는 쪽을 좀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