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니
서울대교구 신부님으로부터
카카오 문자가 와 있었습니다.
교수님과 만나기로 한 시간이
조금 이른 시간이어서
인사도 하지 못하고 나간다고 하면서,
오후에 잠시 들러
짐을 가지고 떠나겠다는 요지의 문자였습니다.
하긴 월요일이니
아무래도 늦잠을 자는 일이 많습니다.
그 신부님께서 지내는 동안,
오신 금요일
점심만 같이 나가서 먹고 난 뒤에는
거의 아무런 관심을 가질 수 없었습니다.
토요일은 지방공동체로 가야 했기 때문에
오전 내내 허둥지둥 얼렁뚱땅 지냈고,
지방공동체를 향해서 기차를 탄 이후에는
새벽에 들어왔으니
인사조차도 전혀 할 수 없었습니다.
일요일에도 신부님께서는
아무래도 한국 신자분들과 함께
미사하기가 어려우시다면서
주교좌성당으로 미사 하러 가셨으니
제대로 이야기를 나눌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습니다.
미사를 함께 하지 않은 부분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입니다.
신부님의 입장에서는
여기 교수님과의 만남 때문에 왔지만
교수님과의 결과를 미리 예측할 수 없는데다
미리 준비하는 시간도
필요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저는 저 나름대로
미사 후에는
사목회 월례회와 식사의 시간이 있었으니
신부님에 대해
신경을 쓸 여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그래도 그다지 불편하지는
않았을 것이라 여깁니다.
신부님도 어느 정도 독일생활에는
적응이 되어 있을 테니까요.
신부님께서 나가는 시간에도 자고 있었으니
조금 미안한 마음도 들지만
그렇다고 제가 월요일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지닌 건 아니라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휴일인 월요일이라고 해서
뭔가 다른 삶을 살지는 않습니다.
조금 더 여유를 부리며 일어난다는
정도의 차이만 존재할 뿐이지요.
그래도 이런 시간이 있어서 좋습니다.
조금은 마음 안에서 닳고 있는 에너지를
어느 정도 충전한다는 느낌은
충분히 드니까요.
매일 노는 것 같은데도
월요일은 월요일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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