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은 보통 신부들에게 휴일입니다. 물론 그것이 큰 의미가 없는 저 같은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신부님들은 토요일 일요일 대목을 보냈으니 월요일에 새로운 충전의 시간을 가지는 것입니다. 백화점 직원이나 박물관 등도 월요일에는 휴무이거나 휴관인 경우가 많으니 어찌 보면 비슷한 처지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월요일에 휴일을 취한다는 건, 다른 사람들은 다 휴일을 보내는 토요일, 일요일에도 열심히 일했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런데 저의 경우는 조금 틀립니다. 물론 지방공동체를 다녀오는 토요일에는 지방공동체에 다녀오는 일만으로도 무언가 충분히 일을 했다는 느낌이 들지만 일요일에는 딸랑 주일미사 한 대 뿐이어서 오히려 그런 뿌듯함은 덜 느끼는 편입니다. 오스트리아에서 보좌신부를 할 때도 주일미사는 두 대를 봉헌했고, 한국에 있을 때도 주일미사는 두 대를 봉헌하는 일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물론 사회복지국장으로 있을 때나 복지관 관장으로 있을 때는 주일미사 한 대만 봉헌했지만 그 때는 평일에 업무를 했기 때문에 토요일, 일요일이 휴일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일미사를 한 대만 봉헌하는 건 여기 함부르크로 와서 제가 누리는 특권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주일미사를 한 대만 봉헌하다 보니 저에게 다가오는 느낌 자체는 평일과 별 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월요일이 되면 그냥 미사 없는 날 정도의 느낌에 머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평소보다 늦잠을 잘 수 있고, 이런저런 생각에서 벗어나 하루 종일 멍하니 있어도 괜찮은 날 정도로만 느낄 때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오늘은 초콜릿을 사러 밖에도 다녀와서 마냥 방안에만 머물지는 않았습니다. 확실히 제 엉덩이는 무거운 쪽인 것 같습니다. 솔직히 월요일라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건 없지만 그래도 일단 월요일이 되면 마음이 편해지는 효과는 있습니다. 아무래도 없는 것보다는 이런 휴식의 시간이 주어진다는 것 자체가 하루에 대해서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는데 좀 더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