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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1 20:32

온돌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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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겨울이면 무를 썰어 말리셨다.

해 좋을 땐 마당에 마루에 소쿠리 가득

궃은 날엔 방안 가득 무 향내가 났다.

우리도 따순 데를 골라 호박씨를 늘어놓았다.

 

실겅엔 주렁주렁 메주 뜨는 냄새 쿰쿰하고

윗목에선 콩나물이 쑥쑥 자라고

아래목 술독엔 향기로운 술이 익어가고 있었다.

 

설을 앞두고 어머니는 조청에 버무린

쌀 콩 깨강정을 한 방 가득 펼쳤다.

 

문풍지엔 바람 쌩쌩 불고

문고리는 쩍쩍 얼고

아궁이엔 지긋한 장작불.

등이 뜨거워 자반처럼 이리저리 몸을 뒤집으며

우리는 노릇노릇 토실토실 익어갔다.

 

그런 온돌방에서 여물게 자란 아이들은

어느 먼 날 장마처럼 젖은 생을 만나도

아침 나팔꽃처럼 금새 활짝 피어나곤 한다.

 

아, 그 온돌방에서

세월을 잊고 익어가던 메주가 되었으면.

한세상 취케 만들 독한 밀주가 되었으면.

아니 아니 그보다

품어주고 키워주고 익혀주지 않는 것 없던

향긋하고 달금하고 쿰쿰하고 뜨겁던

온돌방이었으면.

 

 

 

- 조향미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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