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있어 나는 계절 모퉁이 돌아설 때마다 뼈마디 욱신거리게 스며드는 꽃처럼 향기로운 사람이고 싶습니다. 혼자서 드라이브를 할 때나 손님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찻집에서 이미 식어버린 찻잔을 만지작거릴 때 빈자리 채워도 좋을 사람이고 싶습니다. 그대에게 있어 나는 밑줄 그으며 읽었던 좋은 책의 글귀처럼 눈을 감아도 행복한 미소 넘치게 하는 물안개처럼 아름다운 사람이고 싶습니다. 그대의 하루를 위로받고 싶을 때 그대가 떠올린 수많은 사람들 중에 가장 먼저 생각나고 마음의 정원에 함께 사는 눈물겹게 따뜻한 사람이고 싶습니다. 그대에게 있어 나는 놓치기 아까운 순간순간의 일들을 꼼꼼하게 옮겨적은 소중한 메모장처럼 필요할 때 힘이 되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 심미숙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