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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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잎이 무성한 느티나무 그 아래

작은 의자이고 싶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지치고 곤하여 의기소침해 있는 날,

내가 당신에게 편한 휴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저 아무런 부담 없이 왔다가

당신이 자그마한 여유라도 안고 갈 수 있도록

더 없는 편안함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분노의 감정을 안고 와서

누군가를 실컷 원망하고 있다면

내가 당신의 그 원망을 다 들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분노 때문에

괴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간혹 당신이 기쁨에 들떠 환한 웃음으로 찾아와서

그토록 세상을 다 가져 버린 듯 이야기한다면

내가 당신의 그 즐거움을

다 담아 놓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내내

미소와 웃음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다가 비가 억수로 쏟아져

당신이 나를 찾아 주지 못할 땐

내가 먼발치서 당신을 그리워했으면 좋겠습니다.

 

또 무슨 이유로

당신이 한동안 나를 찾아오지 못할 땐

내가 애타게 당신을 걱정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한참 뒤에나 내게 나타나게 되거든

한결 가벼운 몸짓으로

내게 이르렀으면 좋겠습니다.

 

또 언젠가 당신의 기억 속에 내가 희미해져

당신이 영영 나를 찾아 주지 않는다 해도

정녕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한 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언제라도

당신이 내 안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사랑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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