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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1 18:59

가을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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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이 깊더라.

 

별이 낮게 앉은 밤

뜨겁게 흐르던 바람의 뼈마디가 욱신거릴 때

달빛은 차 한 잔 우려 놓고

창틈의 풀벌레에게 가을을 청한다.

 

여름을 태운 누릿내는

목울대에서 가을을 게워 놓는다.

저 땅이 익어가는 소리

등 토닥여 한 계절이다.

 

때로는 멀어졌을 사랑의 날을

키 낮은 나무 아래서

별을 옆자리에 앉혀놓고

눈을 감아도 꽃살이 찌르는 것처럼

아프기만 한 가을이다.

 

별이 울고 있다.

 

별을 온통 손바닥에 놓아보면

푸른 물이 손등까지 차오를 것 같다.

사랑한다 말하지 마라,

그저 감빛 세월의 녹음이 우거졌을 뿐이라고,

그래서 이별조차 노래가 되고, 시가 되고,

때로는 가슴에 박하물이 되어

더 짙어진 또 다른 시간을

투박하게 할 따름이라고 말하련다.

 

가을이 나를 삼킨다.

 

굵어진 뼈마디에는

겨우 힘줄 지나는 자리만 남았다.

시간을 쪼개어 나의 정원에 놓아 보니

구릿빛 가을이 점점 평수를 늘려 나를 먹어버린다.

하늘은 인중에 깊은 우물 자리로 성숙했고

노쇠한 여행과 그리고 쌓여진 여독은

구석 자리에서 숨죽이고 있다.

 

가을은 사랑의 종착점이다.

 

삶의 푸른 충만이 시간을 견뎌낸 건널목에서

잠시 주춤대는 이 시간의 여유,

간이정류장에서 햇살과

마지막 씨름을 하는 이 순간의 종착.

아, 고개 들어 하늘을 본다.

기도하는 순백의 추억은

어디로 날아가 어느 별에서 흔들리는가.

 

 

 

- 윤동렬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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