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로그인

2018.10.01 18:59

가을에 서다

조회 수 98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인연이 깊더라.

 

별이 낮게 앉은 밤

뜨겁게 흐르던 바람의 뼈마디가 욱신거릴 때

달빛은 차 한 잔 우려 놓고

창틈의 풀벌레에게 가을을 청한다.

 

여름을 태운 누릿내는

목울대에서 가을을 게워 놓는다.

저 땅이 익어가는 소리

등 토닥여 한 계절이다.

 

때로는 멀어졌을 사랑의 날을

키 낮은 나무 아래서

별을 옆자리에 앉혀놓고

눈을 감아도 꽃살이 찌르는 것처럼

아프기만 한 가을이다.

 

별이 울고 있다.

 

별을 온통 손바닥에 놓아보면

푸른 물이 손등까지 차오를 것 같다.

사랑한다 말하지 마라,

그저 감빛 세월의 녹음이 우거졌을 뿐이라고,

그래서 이별조차 노래가 되고, 시가 되고,

때로는 가슴에 박하물이 되어

더 짙어진 또 다른 시간을

투박하게 할 따름이라고 말하련다.

 

가을이 나를 삼킨다.

 

굵어진 뼈마디에는

겨우 힘줄 지나는 자리만 남았다.

시간을 쪼개어 나의 정원에 놓아 보니

구릿빛 가을이 점점 평수를 늘려 나를 먹어버린다.

하늘은 인중에 깊은 우물 자리로 성숙했고

노쇠한 여행과 그리고 쌓여진 여독은

구석 자리에서 숨죽이고 있다.

 

가을은 사랑의 종착점이다.

 

삶의 푸른 충만이 시간을 견뎌낸 건널목에서

잠시 주춤대는 이 시간의 여유,

간이정류장에서 햇살과

마지막 씨름을 하는 이 순간의 종착.

아, 고개 들어 하늘을 본다.

기도하는 순백의 추억은

어디로 날아가 어느 별에서 흔들리는가.

 

 

 

- 윤동렬님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회원 가입 때 문제가 생기면 박철현 2021.09.13 20816
공지 긴급 공지 1 박철현 2020.05.09 10743
공지 로그인 하셔야만 보실 수 있는 게시판이 있습니다 5 박철현 2018.09.09 8823
1638 청년과 노인 박철현 2018.05.03 543
1637 기쁨을 주는 사람 박철현 2018.05.02 862
1636 정말 귀한 것 박철현 2018.05.02 1956
1635 현대인의 고독 박철현 2018.05.01 1108
1634 지도자 박철현 2018.05.01 337
1633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박철현 2018.04.30 499
1632 자녀교육 박철현 2018.04.30 893
1631 신앙의 기어 박철현 2018.04.29 981
1630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박철현 2018.04.29 1489
1629 본능적 직감 박철현 2018.04.28 3180
1628 승진을 거부한 수위 박철현 2018.04.28 978
1627 인생 박철현 2018.04.27 1070
Board Pagination Prev 1 ... 158 159 160 161 162 163 164 165 166 167 ... 299 Next
/ 2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