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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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수학여행 중이었다.

교실에서처럼 선실에서도 가만히 앉아 있었다.

 

가만히 있으라, 가만히 있으라,

그 말에 아이들은 시키는 대로 앉아 있었다.

 

컨베이어벨트에서 조립을 기다리는

나사들처럼 부품들처럼

주황색 구명복을 서로 입혀주며 기다렸다.

그것이 자본주의라는

공장의 유니폼이라는 것도 모르고.

물로 된 감옥에서 입게 될 수의라는 것도 모르고.

아이들은 끝까지 어른들의 말을 기다렸다.

 

움직여라, 움직여라, 움직여라,

누군가 이 말이라도 해주었더라면

몇 개의 문과 창문만 열어주었더라면

그 교실이 거대한 무덤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이들은 수학여행 중이었다.

파도에 둥둥 떠다니는 이름표와 가방들,

산산조각 난 교실의 부유물들,

아이들에게는 저마다 아름다운 이름이 있었지만

배를 지키려는 자들에게는

한낱 무명의 목숨에 불과했다.

 

침몰하는 배를 버리고 도망치는 순간까지도

몇 만 원짜리 승객이나 짐짝에 불과했다.

 

아이들에게는 저마다 사랑하는 부모가 있었지만

싸늘한 시신을 안고 오열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햇빛도 닿지 않는 저 깊은 바닥에 잠겨 있으면서도

끝까지 손을 풀지 않았던 아이들,

구명복의 끈을 잡고 죽음의 공포를 견뎠던 아이들,

아이들은 수학여행 중이었다.

 

죽음을 배우기 위해 떠난 길이 되고 말았다.

지금도 교실에 갇힌 아이들이 있다.

책상 밑에 의자 밑에 끼여 빠져나오지 못하는

다리와 유리창을 탕, 탕, 두드리는 손들,

그 유리창을 깰 도끼는 누구의 손에 들려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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