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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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나그네가 어느 마을을 지나던 중

이상한 장면을 보게 되었습니다.

 

한 남자가 다른 남자를 업고

밭고랑을 왔다갔다 하는 것이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그들은 씨를 뿌리고 있었습니다.

 

궁금해진 나그네가 밭둑에 서서 물었습니다.

"왜 업고서 일을 하십니까?"

 

밭 한가운데 서 있던 남자가

고개를 돌려 나그네를 쳐다보았습니다.

"예, 우린 보다시피 문둥병 환자들입니다."

 

짤막한 대답을 한 남자는 다른 남자를 업은 채로

고랑사이를 헤치고 다녔습니다.

 

의아해진 나그네가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병으로 손이 이지러진 남자는

다리는 쓰지 못하는 친구를 등에 업고

씨를 뿌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즉, 등에 업힌 친구가 씨앗을 뿌리면

다리가 성한 그 남자가

발로 그 자리를 두둑 밟아주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그들은

혼자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을

두 사람의 힘으로 넉근히 해결해 냈습니다.

 

나그네는 문둥병 환자들을 보며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사랑의 참 의미를 되새겨 보았습니다.

 

다시 길을 떠나는 나그네는

자꾸만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등에 업힌 남자가 친구의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손으로 닦아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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