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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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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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가 회색 숲에 흩뿌리고

아침바람에 골짜기는 추워 떨고 있습니다.

 

밤나무에서 밤이 툭툭 떨어져

입을 벌리고 촉촉히 젖어 갈색을 띄고 웃습니다.

 

내 인생에도 가을이 찾아와

바람은 찢어져 나간 나뭇잎을 딩굴게 하고

가지마다 흔들어 대고 있습니다.

 

열매는 어디에 있습니까?

 

나는 사랑을 꽃피웠지만

그 열매는 괴로움이었습니다.

 

나는 믿음을 꽃피웠지만

그 열매는 미움이었습니다.

 

바람은 나의 앙상한 가지를 쥐어 뜯습니다.

나는 바람을 비웃고 폭풍을 견디어 봅니다.

 

나에게 있어서 열매란 무엇일까요?

목표란 또 무엇이란 말일까요?

 

피어나려 했었고, 바로 그것이 나의 목표입니다.

그런데 나는 시들어 가고,

시드는 것이 목표이며,

그 외에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마음에 간직하는 목표는 순간적인 것입니다.

신은 내 안에 살고, 내 안에서 죽고,

내 가슴 속에서 괴로워합니다.

 

제대로 가는 길이든 헤매는 길이든,

만발한 꽃이든 열매이든 모든 것은 하나이고,

모든 것은 이름에 불과합니다.

 

아침바람에 골짜기가 떨고 있습니다.

밤나무에서 밤이 떨어져,

힘있게 환하게 웃습니다. 나도 함께 웃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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