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가 회색 숲에 흩뿌리고
아침바람에 골짜기는 추워 떨고 있습니다.
밤나무에서 밤이 툭툭 떨어져
입을 벌리고 촉촉히 젖어 갈색을 띄고 웃습니다.
내 인생에도 가을이 찾아와
바람은 찢어져 나간 나뭇잎을 딩굴게 하고
가지마다 흔들어 대고 있습니다.
열매는 어디에 있습니까?
나는 사랑을 꽃피웠지만
그 열매는 괴로움이었습니다.
나는 믿음을 꽃피웠지만
그 열매는 미움이었습니다.
바람은 나의 앙상한 가지를 쥐어 뜯습니다.
나는 바람을 비웃고 폭풍을 견디어 봅니다.
나에게 있어서 열매란 무엇일까요?
목표란 또 무엇이란 말일까요?
피어나려 했었고, 바로 그것이 나의 목표입니다.
그런데 나는 시들어 가고,
시드는 것이 목표이며,
그 외에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마음에 간직하는 목표는 순간적인 것입니다.
신은 내 안에 살고, 내 안에서 죽고,
내 가슴 속에서 괴로워합니다.
제대로 가는 길이든 헤매는 길이든,
만발한 꽃이든 열매이든 모든 것은 하나이고,
모든 것은 이름에 불과합니다.
아침바람에 골짜기가 떨고 있습니다.
밤나무에서 밤이 떨어져,
힘있게 환하게 웃습니다. 나도 함께 웃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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