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남 앞에 설 때는 늘 내 고향을 생각합니다.
바닷가 시골 그 작은 동네에서
발가벗고 자란 보잘 것 없는 아이였음을 생각합니다.
내가 글을 쓸 때는 늘 아버지를 생각합니다.
배운 것은 없지만
소박하고 성실하게 쓰신
아버지의 일기를 생각하면서 글을 씁니다.
내가 일을 할 때는 늘 어머니를 생각합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불평하지 않고
사랑과 희생으로 최선을 다하신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일을 합니다.
내가 공부할 때는
늘 나를 격려해 주신 선생님을 생각합니다.
그 부드러운 목소리와 신뢰의 눈빛을 떠올리면서
공부를 합니다.
내가 사랑을 할 때는
가장 깊이 사랑한 어느 순간을 생각합니다.
지금의 사랑이 그 깊이와 넓이에
닿을 수 있는지를 생각하면서 사랑을 합니다.
내가 누군가를 만날 때는
한 친구와의 우정을 생각합니다.
그 친구와의 우정처럼
믿음이 있고 순수하고 진지한지를 생각하면서
사람을 만납니다.
제가 길을 걸을 때는
옛날 사람들의 발걸음을 생각합니다.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 산 넘고 물 건너
몇 달 몇 년을 걸어간 멀고 험난한 길을 생각하면서
서두르지 않고 멈추지 않고 길을 걸어갑니다.
내가 이별을 할 때는
내가 겪은 이별의 아픔을 생각합니다.
그 아픔이 그에게 없을 것인지를 생각해 보고
이별의 악수를 나눕니다.
<정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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