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로그인

2017.06.15 07:34

어머니의 무거운 짐

조회 수 4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어린시절(20여 년 전)

가을걷이가 거의 끝나 갈 무렵,

아마 이 맘 때쯤이었을 것이다.

 

어릴 적 어머니를 따라 시장에 간 적이 있었다.

어머니는 아침 일찍 밭에 가셔서

풋고추와 이것저것 야채들을 수확해서

시장에 팔러 간 것이다.

 

아직 어린 난 학교에도 다니질 않아

엄마마저 없으면 심심하고,

혹시나 시장에 따라가면

엄마가 맛있는 거 사 줄 거라는 소박한 기대감에

어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10리가 되는 길을 어머니를 따라 갔다.

 

지금 생각하면

그 무거운 짐을 머리에 이고

10리를 걸어가신 어머니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머니는 시장 한구석에 자리를 잡으시고

가져온 물건을 팔기 시작했고

그 때까지만 해도 난 무척 좋았다.

 

어머니가 물건을 팔기 시작할 즈음,

앞집 아주머니도 시장에 와서

울 어머니 옆에서 탐스럽게 익은 홍시를 팔았다.

 

앞집 아주머니는 제법 장사가 잘 되었다.

날개 돋친 듯 잘 팔렸다.

 

그러면 그럴수록

어머니의 물건 파는 목소리는

더욱더 작아지고 있었다.

더 이상 그런 어머니를 볼 수 없었던 난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놀았다.

 

아니 시간이 지난 후 가면

우리 어머니가 가지고 온 풋고추도

잘 팔리고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기대는 한순간에 무너졌다.

 

앞집 아주머니는 오전도 안돼 다 팔고

벌써 집에 가고 우리 어머니만

혼자 쓸쓸히 자릴 지키고 있었다.

오전 내내 하나도 팔지 못하신 것이다.

 

그리고 어머니는 하는 수 없이 장사를 접으시고

다시 그 무거운 짐을 머리에 이고

무거운 발걸음을 집으로 향하셨고,

난 아무 말도 못하고 어머니 뒤를 따라가며

한없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어머니 고생하시는 모습, 이제 보기 싫습니다.

못 보겠습니다.

"내 새끼, 내 보배" 라며 보듬어 주시던 따뜻함,

이제 돌려 드릴께요.

내내 행복하게 해 드릴께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회원 가입 때 문제가 생기면 박철현 2021.09.13 175
공지 긴급 공지 1 박철현 2020.05.09 321
공지 로그인 하셔야만 보실 수 있는 게시판이 있습니다 5 박철현 2018.09.09 419
1318 어머니 박철현 2019.02.05 24
1317 어머니!!!!!! 최성욱 2004.05.14 1059
1316 어머니께 드리는 노래 한세상 2013.08.03 1007
1315 어머니께 드리는 노래 1 file 남궁춘배 2015.05.07 688
1314 어머니께 바치는 편지 최성자 2005.06.01 833
1313 어머니의 등불 한세상 2013.08.12 1053
» 어머니의 무거운 짐 박철현 2017.06.15 46
1311 어머니의 휴대폰 박철현 2020.02.24 43
1310 어머님 품에 장미꽃 한 송이 1 Theresia 2020.05.10 56
1309 어버이날 박철현 2020.05.08 43
1308 어버이날 축하드립니다. 요한 마리아 비안네 신부 2015.05.08 735
1307 어부와 그물 박철현 2021.09.02 9
Board Pagination Prev 1 ... 183 184 185 186 187 188 189 190 191 192 ... 297 Next
/ 2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