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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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9 21:05

어느 군인의 첫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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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름날, 한 군인이 첫 휴가를 나왔습니다.
군복이 조금 헐렁한 사병이었습니다.
집에서 군복을 갈아입으며
그는 휴가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가 안방으로 들어서며 입을 열었습니다.
"어머니, 첫 휴가를 바닷가에서 보내고 싶어요.
휴가 경비 좀 많이 주세요."

어머니는 생활정보지를
한쪽으로 치우며 말했습니다.
"은행에 다녀올 테니 기다려라."

어머니를 기다리며 아들은 무료했는지
그 생활정보지를 펼쳤습니다.
그때 생활정보지 사이에 있던 가계부가
눈에 띄었습니다.
아들은 무의식적으로 가계부를 살폈습니다.

집세가 2개월이나 밀려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가 입대한 10개월 전부터
그의 명의로 시작된 적금은
단 한번도 밀리지 않고
매달 말일에 꼬박꼬박 입금되어 있었습니다.

한참 후 돌아온 어머니가 돈을 내놓았습니다.

밀린 집세에 해당되는 액수였습니다.
빌린 듯한 그 돈을
아들은 차마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튿날부터 아들은 매일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섰다가
밤에 돌아왔습니다.

5년째 식당에서 주방일을 하는 어머니는
아들의 하루하루가 걱정되어
일이 제대로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접시를 깨뜨리는 일도 있었습니다.

결코 길지 않은 휴가가 끝나는 날,
군복을 입은 아들이 봉투 하나를 내밀며
말했습니다.

"공사장에서 일하고 번 돈이에요.
제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
하루도 쉬지 않았습니다."

"……" 

"조국을 지키는 수많은 군인들의 삶보다
한 가정을 지키시려는 어머니의 삶이
훨씬 더 고되다는 사실을
몸과 마음으로 깨닫고 돌아갑니다." 

어머니는 미소를 머금으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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