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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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8 20:43

카트 하나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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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5월도 다 지나가고 있습니다.

시간이 빨리 흐른다는 건 알고 있지만

이번 달은 특별히 더 빠르게 지나간 것처럼 느껴집니다.

아무래도 오스트리아에 갔다 오고

또 동기신부님과 지낸 며칠이 포함되어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늘 그렇지만 뚜렷하게 하는 일도 그리 많지 않은데

시간만 축내고 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시간 관리를 잘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어딘가에서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그다지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있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게 편하기 때문에 뭔가 바꾸어보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Lidl에 다녀왔습니다.

이번 달에는 가게를 갈 일도 별로 없었나 봅니다.

아무튼 Lidl에 가서 카트를 하나 선택했는데

바퀴에 약간 문제가 있는지 잘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가끔씩 그런 카트를 만날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다른 카트로 바꾸는데

오늘은 그냥 그 카트를 끌고 매장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처음에는 약간 거슬리더니 매장을 둘러보는 동안에 점점 더 거슬렸습니다.

그래서 대충대충 사야 할 것들만 사서 그냥 나와 버렸습니다.

평소에는 다른 것들도 둘러보고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이 아니더라도

나중에는 사용하게 될 것들도 사는 경향이 있는데

카트 때문에 그럴 기분이 들지 않았습니다.

고작 고장 난, 아니 어쩌면 고장이 난 건 아니지만

조금 뻑뻑한 바퀴를 가진 카트일 뿐인데

그 카트 때문에 저는 더 이상 둘러볼 마음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수많은 카트 중의 하나, 대수롭지 않은 그 카트 때문에

사람의 기분이 상하기도 합니다.

물론 매일매일 그렇게 많은 카트를 점검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만 관리를 잘했다면

제가 좀 더 매장에 머물렀을 수도 있고

몇 가지를 더 구매할 수도 있었을 텐데

사소한 그 카트 하나 때문에 저의 오늘 쇼핑은 거기서 멈추어 버렸습니다.

카트 하나가 묵상거리를 던져 줍니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사소하다고 여기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는 일에도 정성을 기울이고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그냥 이렇게 하면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살아가다 보면

그것이 습관처럼 몸에 배이게 되고

그러다 보면 정말 중요한 일조차도 그렇게 건성건성

처리해 버릴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은 일도 소중하게 여기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어쩌면 요즘 제가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대충대충에 가깝기 때문에

카트 하나의 교훈이 조금 더 직접적으로 다가왔던 건 아닐까요.

익숙해지는 건 좋지만 너무 거기에만 안주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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